“분석 중”과 “실시간 보고 받았다”가 가장 중요한 조치?
빨간 불이 켜진 ‘안보’... 무얼 한다는 건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어느 여름밤... 형과 동생이 선풍기를 틀어놓고 뒤척이고 있었다. 문밖에서는 도둑이 어슬렁거린다. 동생이 형에게 말한다.
“형! 도둑이 문밖에 와있어, 어떡하지?” 형이 나무라며 대답한다.
“도둑이 아니라니까. 밤에 온 손님이지!” 잠시 후, 도둑이 문 안으로 들어왔다.
“형! 손님이 문 안으로 들어왔어. 방에까지 들어오는데...”
방에 들어온 도둑, 아니 손님께서 여러 가지 물건을 싸 짊어지고 나간다.
“저 봐, 도둑이 맞잖아...” 소리 지르려는 동생의 입을 막은 형이 어물어물 중얼거린다.
“다음에 또 와서 물건을 가져가면, 그 때 가서 ‘도둑’이라고 해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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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북녘이 동해(東海)에다가 ‘단도미사일’ 두발을 꼴아 박은데 이어, 엿새들이로 또 다시 두발을 꼴아 박았단다. 그리고 이 나라 ‘국민의 군대’ 수장(首長)이라는 양반네가 지껄인 말씀이라고 한다.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하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敵) 개념에 포함되는 것”
글쎄, “북한이 연이어서 군축(軍縮)을 하고 있네요. 감사하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지 않습니까. 국민 여러분, 절대로 동요하지 마십시오!”라고 짖어대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혹은 아직까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동맹’(同盟)의 개념에 포함했었단 말인가.
아무개 일간신문의 코멘트가 매우 흥미롭다.
“이 발언은 정 장관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북한을 겨냥한 가장 강한 표현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장마철이라선지 날이 무척 무덥다. 무더운 날씨에 울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웃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한 번 더 웃고 넘어가자.
“합참에서 관련 발표가 있었지만, 현재 정확한 제원 등은 한미 정보당국 간 분석 중에 있는 상황... 군도 관련 동향을 감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허긴 이런 거 말고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기는 하겠지만, 뭘 그렇게 노상 “분석 중”에 있는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리고...
북녘에서 미사일을 꼴아 박든지, 목선(木船)이 넘어 오든지, 아니면 이 나라에서 무슨 큰 사고[이를 테면 대형 산불 등]가 나기만 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대표적인 문장하나 더 소개하자. 계속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참 힘들다.
“청와대는 이날 새벽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직후 위기관리센터 등에서 문 대통령에게 실시간 보고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시간 보고”란다. 더군다나 그걸 하고 “받았다”는 걸 꼭 언론 브리핑에다 포함시킨다... 아마 가슴에 맺힌 게 많은가 보다.
지난 시절, ‘중도실용’(重盜失勇)의 사나이가 계실 때 북녘에서 미사일을 꼴아 박거나 하면, 대응 매뉴얼이 대체로 이랬다.
① 가죽잠바를 입는다.
② ‘북악(北岳)산장’ 지하벙커로 간다.
③ 태평양 건너 ‘오바마’에게 전화를 건다.

그 이후, 지금은 ‘의왕 구치아파트 503호’에 입주해 계신 여인네께서는,
① ‘전투복’ 또는 ‘노란잠바’를 입는다.
② ‘북악(北岳)산장’ 지하벙커나 군부대에서 회의를 소집한다.
③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벼른다. 물론 하다못해 전방(前方) ‘확성기’라도 튼 적이 있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좀 달라지려나 보다. 경험칙에 의거하여 앞으로 바뀔 매뉴얼을 새로 꾸며 봤다.
① ‘분석’, 그리고 또 ‘분석’한다.
② “실시간 보고 했다”와 함께, “받았다”에 특히 힘을 주어 브리핑한다.
③ ‘노란잠바’를 입기도 한다. 회의를 하기도 한다.
④ 그 다음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지켜본다. 대화를 간절하게 요구한다... 또는 “김 위원장님의 조선반도 비핵화 의지는 결코 변함이 없다”는 말씀으로 넌지시 북녘의 의중을 떠 본다. 어쨌든 간에...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 나라 ‘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불편한 진실’에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나라 ‘국민’들은 꽤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듯하다. 나오는 웃음을 또 어이하란 말인가. 딱히 X 씹은 얼굴로 근엄하게 외쳐야만 제대로 ‘안전보장’이 되는 건 아닐진데...
“자고로 ‘안보’라는 건, 갖고 농담 따먹기나 하는 게 아니란다!”
그럼, 도대체 무얼 하겠다는 건가?
상기 글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