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육에 '팩트체크', 성립 가능?

  • 등록 2024.10.17 13: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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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교육감의 역사 교육 개혁, 진정한 통합과 치유를 기대하며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2024년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선 확정된 후, 당선 소감에서 "치열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강조하며 역사 교육 강화를 중요한 공약으로 재확인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의 이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왜곡된 역사를 가르쳐선 안 된다고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셨습니다"라며, "왜곡된 역사 의식이 교육 현장에 발붙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근식 당선자는 후보 시절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양쪽의 주장을 학생의 입장에서 팩트를 확인하고 자신의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팩트체크 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팩트체크' 접근법이 역사 교육에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언론과 미디어에서 팩트체크는 주로 사실 여부를 가려내고 거짓 정보를 배제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이는 일반적인 뉴스나 정보의 검증 과정에서는 유효할 수 있지만, 역사 교육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역사는 사건과 해석으로 구성되며, 사건 자체는 객관적일 수 있으나 그에 대한 해석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역사 교육은 단순히 사건의 사실 여부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유의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근식 당선자가 제안한 '팩트체크 교실'은 그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역사적 사건의 사실 관계에 대한 맞고 틀림을 바로잡기보다는 역사적 해석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교육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비록 정근식 당선자가 "보수와 진보 갈등 없이 긴 방향에서 우리 교육이 꼭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말했지만,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가두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정한 해석만을 '정답'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념적 편향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보수와 진보 갈등 없이' 교육의 방향을 찾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이러한 갈등을 더욱 부각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고려하면, 팩트체크를 통한 역사 교육 강화라는 표현은 중립을 지향하는 듯하지만, 결국 한쪽 이념에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근식 당선자가 당선 소감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언급하며 "치열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정근식 교육감 당선자는 역사 교육을 팩트체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그 속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역사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역사 교육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각자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사유의 장을 마련하여 '팩트'보다는 '사유'가 역사 교육에서 중요한 가치임을 알려주는 것이 '교육자'로서 성공한 교육감이 되는 길임을 인식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통합과 치유의 교육감'이 되기를 바란다.

김진성 기자 vibecritiqu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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