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먹지 마라"
약 10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암고등학교 급식비 막말 논란을 촉발시킨, 허위였음이 밝혀진 당시 충암고등학교 교감의 발언이다.
2015년 4월 6일 경향신문을 통해 최초 보도 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을 두고서, 언론들은 사실관계 확인은 제쳐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집중포화를 가했다. 이러한 일제적인 비난은 논란의 당사자인 충암고 교감은 물론이고, 충암고를 설립·운영 중인 충암학원까지 수일만에 확장되었고, 결국 주요 언론에서는 '사학비리 백화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본격적인 충암학원 사냥이 시작되었다.
잠시 2년 전인 2013년으로 돌아가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학교(영훈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한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사립학교 '입시비리' 논란으로 화제가 되었다. 영훈중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경제적/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이 회장의 아들은 한부모 가정을 사유로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당시 주된 비난의 논리는 한부모 가정 배려는 통상 형편이 어렵기 때문인데 이 회장 아들의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은 오히려 한부모 가정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으로, 한부모 양육에 기인하는 부모-자식 간 정서적·심리적인 어려움,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감, 대인관계에서의 불안감·소외감 등 여타 경제적인 측면 외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 측에서도 "이혼한 부모의 자녀는 정서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규정에 어긋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영훈중 사건은 당시 영훈중을 졸업하고 영훈고에 입학한 딸의 학부모였던 제보자 홍진희와 사학비리 제보로 파면당한 후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당선된 김형태를 중심으로, 언론들이 하나 둘 가세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2014년 8월 12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홍진희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재용의 아들이 입학한 해(2013년) 보다 1년 전인 2012년 부터 영훈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법인의 독단적인 운영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영훈학원에 민주화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다 2013년 1월께 이재용 아들의 입학 사실이 드러나자 '사학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해 1월 22일 한겨레 신문의 보도로 영훈국제중이 도마에 오른다. 이후 3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 소속 인사가 영훈고 교장에 임명되는 걸 보면서, 홍진희는 김형태 의원과 함께 자신의 딸을 뒷돈을 주고 입학시킨 일을 중심으로 영훈학원의 비리를 언론사에 제보하였다고 한다.
자신은 1,000만원이나 주어야 입학시킬 수 있었던 학교에 재벌가 아들은 별다른 대가 없이 특례로 입학할 수 있고, 법인 이사장은 자신의 민주화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 출신 인사를 영훈고 교장으로 앉혔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딸의 안위도 제쳐두고 자신과 딸의 비리를 스스로 폭로해야 할만큼 속으로 삭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물질만능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민주화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물질만능주의로 이재용의 아들을 바라보면서 한부모 가정임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스스로 모순을 만들고 자가당착에 빠지면서까지 '이재용, 아들, 입시비리'라는 시각을 견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영훈학원 이사장은 검찰 조사를 통해 비리 사실이 인정되어 그 해 7월 2일 구속되었고, 2015년에는 영훈학원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를 통해 오륜교회로 인수되었다.
2015년 당시 충암고 급식 관련 논란이 전국적으로 파장이 커지면서, 사회적 분위기는 충암고 사냥에 동참하거나 조용히 지켜보거나 하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다. 그리고 충암학원 측에서는, 사립학교라는 작은 규모의 사회 속에서 거의 한 평생을 지내온 사람들로서는 대처하기 어려웠던 논란의 규모였고, 실제로 대응했던 내용을 봐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렇게 이곳저곳에서 두들겨맞는 중에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이하 감시단) 김정욱 사무총장이다. 감시단은 시민으로서 국가교육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바로잡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활동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이다. 최근까지도 수 년 간 충암학원 사태를 직접 다루어 온 감시단 김정욱 사무총장에 따르면, "조희연 교육감의 당선(2014년 7월 1일)과 함께 사학 죽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달 2일 영훈학원 이사장이 구속되었고, 한 달 후인 2014년 8월 12일, 홍진희와 김형태를 주축으로 전교조 교사들로 조직된 시민단체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 모임(이하 사바모)'이 출범하였다. 당시 제7선거구(강남, 서초, 동작)를 대표하는 최명복 교육의원은 '사바모가 15개 사학법인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며 조희연 교육감 하에서 차례로 사학 때리기를 해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김형태에게 들었다'고 한다.
감시단 김정욱 사무총장은 "실제로 동구학원, 충암학원, 숭실학원, 현강학원 등이 사바모로부터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다"며, "사바모의 사학 때리기 전략을 보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충암학원은 이사장은 물론 이사진이 전부 조희연, 사바모, 전교조와 관련된 인물들로 교체되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이러한 조직적 압박을 통해 사학의 사적자치권을 검열하고, 더 나아가 임시이사 제도의 법적인 허점을 악용해서 '사학 비리 척결'을 외치면서 임시이사 파견 후, 정상화를 통해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되어 정이사 체제로 전환할 때, 설립자의 건학이념을 존중하여 이와 관련한 인사들에게 이사진을 넘겨주지 않고, '같은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인물들로 교체'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한 사유재산권의 명백한 침해"라고 언급했다.
보다 자세한 내막은 내일(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시이사 사학재단의 정상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