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서 교육 마저 사교육으로 대체될까 우려

  • 등록 2025.03.03 11: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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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규모 축소, 학습 환경 개선인가 사회·정서적 교육의 약화인가?

서울특별시교육청 정근식 교육감의 공약백서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학급규모를 기존 조희연 전 교육감이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20명 이하 학급을 추진한 것에서 더 나아가, 초등 1, 2학년 학급을 16명 이하로 줄여, 보다 개별화된 학습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진 Tennessee STAR(Student Teacher Achievement Ratio)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 소규모 학급(13~17명)이 학업 성취(특히 읽기와 수학 능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학생-교사, 학생-학생 간의 깊은 관계 형성이 더욱 수월하고, 효과적인 피드백을 통해 언어 능력 개발과 개별화된 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CTFL(American Council on the Teaching of Foreign Languages)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등 학급 규모를 최대 15명으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으로 불리한 학생이나 소수민족 학생에게 더욱 큰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교육비용 증가와 함께 학급 내 활동이 제한되고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2011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전국 초등학교에서 지필고사(중간, 기말고사)가 폐지되었다. 이는 사교육과 과열 경쟁을 줄이기 위한 무시험 정책의 일환이었으나, 평가 기준이 사라지면서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과거에는 학교나 수능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면, 이제는 학교에서 평가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학원에서 평가를 받기 위해 다니게 되는 상황"이라며 무너진 공교육을 비판했다.

 

Erikson은 그의 저서에서 사회정서적 발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초등학생 시기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정서적 안정감이 학업 성취뿐만 아니라 건강한 자아 개념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행복과 성공에 기여하며, 친구 관계 형성, 협력, 갈등 해결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친다.

 

Vygotsky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학습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는 Zone of Proximal Development(ZPD) 개념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 과정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학습을 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며, 이는 친구 관계 형성, 협력, 갈등 해결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친다.

 

Goleman은 정서적 지능이 전통적인 지능 지수(IQ)보다 개인의 성공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서적 지능이 사회적 기술, 동기, 그리고 개인의 전반적인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며, 사회정서적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개발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학업 성취뿐만 아니라 전인적 발달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회정서적 학습은 교사의 능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경험적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2021년 기준 전국 초등학교 학급 수는 124,047개, 학교 수는 6,032개로, 평균적으로 학교당 약 21학급이며, 이를 6학년으로 나누면 학년당 약 3.3학급이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는 약 22명이다. 도시 지역을 기준으로 학년당 학급 수를 9학급으로 가정할 경우,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평균적으로 97명의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된다. 그러나 학급당 학생 수를 16명으로 줄이면 이 숫자는 75명으로 감소한다.

 

성격 유형을 Big-Five Factors 모델을 기반으로 분석하면, 학급당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학년별로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줄어들면서, 다양한 성격 유형과의 접촉 가능성이 낮아진다. 각 성격 요인을 이분화하여 성격 유형을 32가지(2^5)로 분류했을 때, 97명의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을 때 모든 성격 유형을 접할 확률은 약 61.15%이지만, 75명일 경우 15.64%로 감소한다. 이는 학급당 학생 수가 감소하면 학생들이 다양한 성격 유형을 경험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학급 축소 정책이 교사의 지도 수월성과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는 긍정적이나 사회정서적 학습과 발달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학급 규모 축소 정책을 추진할 때, 학업 성취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발달을 고려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복잡성교육연구소 소장 심임섭 박사는 "교육당국이 학급규모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나아가 그런 목표를 설정한 과학적인 근거는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인 목표 설정 없이 학급규모를 무조건 줄이는 것만이 바람직하다는 식의 정책 추진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앤시민 특별취재팀, 김진성 기자 vibecritiqu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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