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이 발간한 정근식 교육감의 공약백서에는 「서울학부모배움과정」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정책 목표는 ① 자녀 발달단계 및 교육 흐름을 반영한 체계적 교육으로 학부모 역량 강화, ② 양육 정보 제공 및 고충 해소 지원으로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 개선, ③ 자발적 학부모 학습공동체 지원으로 건강한 교육공동체로의 성장 기반 마련이다. 그러면서 추진 근거로 '교육기본법 제13조'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 및 학부모교육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들고 있는데, 조례는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대한 일반사항이고, 교육기본법 제13조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교육기본법 제13조(보호자)
①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②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③ 부모 등 보호자는 교원과 학교가 전문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교육ㆍ지도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존중하여야 한다.
여기까지만 살펴보았을 때, 서울학부모배움과정은 학부모로서 자질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익한 사업 내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위에서 소개한 정책 목표 3. 자발적 학부모 학습공동체 지원으로 건강한 교육공동체로의 성장 기반 마련에 있다. '공동체'의 '성장', 이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서에 같이 소개된 서울학부모배움과정 체계도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위와 같이 서울학부모배움과정은 기본교육, 전문교육, 특별교육으로 나뉘며, 학부모로서의 역량을 함양하는 과정은 기본교육의 일부 항목에 해당한다. 반면 전문교육, 특별교육 등 그외 항목들을 보면, "학부모회 전문 학부모"를 양성하는 것이 주된 사업 내용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아래 상세 사업 내용을 보면, 공통 관심사를 가진 학부모를 연대하겠다면서, 학부모로서의 소양을 공유하는 성격이 아닌 '독서 학습동아리, 생태 365, 역사 탐방' 등을 예로 들고 있는데, 앞서 "시민"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듯이, 단순한 양성에서 더 나아가, 참여자의 성향이 특정 방향으로 유도되는 구조적 장치를 바탕으로 한 "이념 기반 정치 조직화"로 읽힌다.
실제로 서울특별시교육청 내에는 기획조정실 교육협력담당관 하에 학부모·시민협력팀과 함께 학부모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통해 서울 전역 학부모회를 조직적으로 관리해 왔다.
- 학부모책 운영: 120개 학교를 대상으로 4,136만 원이 책정되었으며, 이 중 3,840만 원이 강사비로 사용됐다. 교육청이 선발한 '학부모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각 학교의 학부모회를 관리하는 수단이었으나, 시의회의 지적으로 2024년에 폐지되었다.
- 공모사업 컨설팅 운영: 학부모 활동 경험이 많은 학부모를 위촉하여 2인 1조로 450개 학교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총 예산 5,152만 원 중 4,500만 원이 수당으로 지급되었으며, 학교당 10만 원이 배정됐다. 이 사업 역시 교육청이 학부모들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수단이었으나, 마찬가지로 2024년에 폐지되었다.
- 학부모회 학교참여 공모사업(보조금) 운영: 9억 2,524만 원의 예산이 배정되었으며, 학교당 200만 원씩 450개 학부모 대표에게 지급되었다. 그러나 보조금을 개인 통장으로 지급한 것이 시의회의 지적을 받으며 2024년 전면 폐지되었다. 이 사업은 학부모회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간접적 예산 집행이었으나, 보조금 관리 지침을 위반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렇듯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부모·시민협력팀이 방만하게 운영한 학부모·시민 협력 사업은 2023년 말 서울특별시의회의 감시를 통해 인해 대폭 축소·수정되거나 폐지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이 관련 사업들이 운영되고 있다.
- 학부모기본교육운영: 301,422천원 감액 [750,900천원(2023년) → 449,478천원(2025년)]
- 맞춤형 학부모교육: 293,126천원 감액 [565,830천원(2023년) ---> 272,704천원(2025년)]
- 학부모학교교육참여지원: 폐지 [976,760천원(2023년) ---> 삭제]
- 맞춤형 학부모상담: 144,400천원 감액 [202,000천원(2023년) --->57,600원(2025년)]
학부모 지원 정책은 명목상 학부모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교육청이 학부모회를 관리하고 조직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특히, ‘서울학부모배움과정’은 학부모들의 자발적 학습 공동체 형성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네트워크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학부모회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교육청이 학부모회를 일정한 틀 안에서 관리하려는 구조가 지속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의 학부모 관련 사업이 실질적인 학부모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간접적 관리 수단으로 남을지는 지속적인 감시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