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식재료 바우처 사업 ... "대규모 현물 배송 방식은 생색내기용?"

  • 등록 2020.05.24 12: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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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주도로 추진 ... 학교급식업체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
- 신청에서 정산까지 모든 업무 부담은 학교의 책임으로 떠 넘겨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급식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급식업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일반 가정의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목적 하에 『학생 식재료 바우처』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농협 주도로 추진하는 사업이다보니 정작 학교식재료를 납품해 오던 중소업체들의 참여가 배제된 것이어서, COVID-19로 어려움을 겪는 급식업체를 돕기 위한다는 발표는 생색만 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위 업무 흐름도에 의하면 학교급식업체들은 농협과 공급계약을 맺도록하였으나 실제는 식재료 구매권한은 없이 소분·포장만 맡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알맹이는 없이 들러리로 세워졌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업은 학생 1인당 1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게 되는데, 친환경 쌀(3만원), 식재료 꾸러미(3만원). 농협몰 포인트(4만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현물로 주겠다는 친환경 쌀과 식재료 꾸러미가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는 대목이다. 포인트로 주어 각 가정마다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하고 싶은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필요하지도 않은 식재료를 떠안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사업의 업무를 실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학교가 떠안아야 한다. 『학생 식재료 바우처』를 신청하는 일에서부터 사업비를 정산하는 일까지 학교가 책임지고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학부모 개개인의 신청여부 및 신청종목을 교사가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지원을 원하는 학부모에게는 농협몰에 가입토록 안내해야 한다. 직접 배송을 희망하는 부모의 경우 주소와 연락처를 파악하고 학부모로부터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당장 학교 관계자들의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급식업무는 교무행정의 일환이다보니 이번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일선 교사들이 적극 나서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교사들로서는 COVID-19로 인해 본연의 교습활동에도 힘이 모자라는 판국에 아이들 식재료 꾸러미 배송업무까지 해야하냐며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 업무추진도에 의하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와 농협에게 지시만 하고 나머지 모든 업무는 학교가 중심이 되어 농협과 학부모들을 연계하여 일을 추진토록 하였다.

 

서울 양천구의 H고등학교 관계자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있는 교사들로서 어려운 업체들을 돕는다고 하니 불평을 참고 협조하려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이번 사업이 어려운 급식업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농협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C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바우처를 포인트로 전액 지급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현물이라도 공짜로 주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만 이런 식으로 받아도 국가 재정이 괜찮은 것인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였다.

김민수 기자 eduwatchd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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