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중도를 버린 중도·보수 단일화 ... "진보를 이길 수 있을까?"

  • 등록 2024.09.21 09:33:02
  • 조회수 58
크게보기

서울시교육감선거 중도·보수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안양옥, 조전혁, 홍후조 세 후보가 합의했다는 소식을 20일 저녁 9시경 조전혁 후보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개하였다. 홍후조 후보는 저녁 6시경 서울시보수교육감단일화 선정위원회(위원장 최명복)가 공군호텔에서 개최한 후보오디션 개최 설명회에 김영배 후보와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세 후보의 여론조사 합의 사실을 털어 놓았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세 후보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이는 '중도우파 후보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대표 손병두, 이하 통대위) 측에서는 보도자료 한장이 없다. 안양옥 후보 캠프도 일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본지가 입수한 통대위 여론조사 시행규칙 합의문을 문구를 보면 전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중도가 없는 중도·보수후보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를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안양옥 캠프의 익명의 관계자에 의하면 통대위가 여론조사 전문성이 없는 안후보를 기망하다시피 하여 합의문에 서명을 받아냈다고 주장하였다. 추가 협의에 의한 합의문 일부 변경을 요구한 상태이며 단일화 참여여부를 심각하게 논의 중이라고 한다. 조전혁 캠프와 달리 안양옥 캠프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응답자의 특성을 묻는 질문 중 마지막 다섯번째 문항에서 보수, 중도, 진보, 모름이라는 네개의 지문이 있고, 그렇다면 응답자가 그중의 하나를 고르도록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문항은 중도를 빼도록 설계되어 있다. 보수와 진보 여부만 로테이션하여 우선 묻도록 하고, 이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중도여부를 질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중도를 포함한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 모두를 대상으로 응답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라고 응답한 유권자만 응답케 하고 진보라고 답하는 순간 설문을 종료케 함으로써 중도성형의 유권자는 질문조차 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마디로 '중도를 버린 중도·보수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인 셈이다. 통대위는 중도·보수후보를 단일화하겠다고 밝혀왔고 단일화 기구 명칭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통대위는 여론조사에서 중도성향을 배제하는 쪽으로 문항을 설계했고 안양옥 후보는 이런 구체적인 문항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덜컥 서명했다는 주장이다.

 

통대위가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것일까? 진보만 빼고 중도·보수후보를 망라하여 단일화하겠다고 표방해 왔지 않은가? 그런데 중도 유권자는 빼고 여론조사를 돌리겠다는 묘수를 낸 셈인데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자칫 서울시민을 우롱하는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받음직하다.

 

사실은 통대위가 조전혁 후보를 위한 단일화 조직이라는 타 후보들의 비난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기도 하다. 교육자임을 내세운 안양옥 후보보다는 뉴라이트에 속한 조전혁 후보에게 유리한 문항 설계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실은 어느 한 캠프의 유불리를 넘어서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면 심한 말일까? 설문 문항은 보수성향의 유권자들만 후보를 선택하도록 설계하였다. 그럼에도 대외적으로는 "중도·보수"후보 단일화라고 표방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한 통대위라고 하면 지나친 비판일까? 앞장선 보수의 원로라는 인사들의 면면이 궁금하기만 하다.

통대위와 최종문안을 조전혁 후보측과만 사전 협의?

안양옥 캠프의 익명의 관계자는 또 하나의 의구심을 제기하였다. 합의문 안에 들어있는 조전혁 후보의 소개 타이틀 두개가 모두 처음보는 문구라는 것이다., 19일 보내왔던 협상 문구에는 제8대 지방선거 교육감 후보라는 문구였는데 22년 서울중도보수교육감후보라는 문구로 바뀌었다고 한다.

조전혁 후보가 22년 서울중도보수교육감후보였다는 사실을 경력으로 사용하는데 대하여 여론조사의 타당도를 떨어뜨릴 염려가 있다며 홍후조 후보와 안양옥 후보측이 그동안 강력히 반대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양옥 후보는 후보 적합도를 기준으로 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처음부터 주장해 왔고, 통대위는 안양옥 후보 측에서 선관위 심의를 받아오면 고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 안양옥 후보측에서 선관위 심의를 거쳐 적합도 조사문구를 보내 주었으나 이 역시 최종 합의문에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협상 당시 제시했던 문구조차 되돌린 셈이다.
 


"전 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그런데 이 두번째 타이틀 역시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에서 오늘(20일) 바뀐 것인데 선관위에 들어가 보니 어느새 똑같게 바뀌어 있더라는 것이다. 통대위와 조전혁 후보측 사이에 이미 최종 합의문안이 사전 협의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양옥 캠프는 최종 합의문을 검토하지 못한 채 오늘(20일) 후보가 현장에 가서 서명하였고, 서명이 이루어진 서너시간 후에야 최종합의문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안양옥 캠프 익명의 관계자는 "19일 통대위가 캠프에 보내와서 내부적으로 검토하여 후보에게 보고한 내용 중에서 20일 안양옥 후보를 불러 실제로 서명케 한 합의문 서문이 서로 다르다"고 확인해 주었다. 적합성에 대한 문구를 넣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통대위가 여론조사 전문가가 아닌 후보를 기망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안양옥 캠프의 고민이 깊어질 듯

 

이제부터 안양옥 캠프의 대응과 통대위의 향후 거취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안양옥 후보 측에서 단일화 여론조사를 거부할 것인지, 아니면 안양옥 캠프의 요구처럼 새로운 추가협상이 이루어질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일화가 결렬될 것인지 이밤을 새우고 나면 결과가 드러날 듯하다.  아니면 안양옥 후보가 제대로 내용도 인식하지 못한 채 서명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합의문을 받아들일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2024년 9월 19일!!! 이상한 일을 벌여 이상한 결과를 완수해 낸 중도·보수단일화 합의! 통대위나 안양옥 후보측이나 고뇌에 찬 최후의 하루 밤을 지새울 듯하다. 그럼에도 조전혁 후보측은 합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늦은 저녁임에도 단톡방마다 카드뉴스가 넘친다.

그렇지만 과연 이긴 것이 이긴 것일까? 보수의 안녕을 빈다. 이렇게 뽑은 후보를 서울교육의 수장으로 모셔야 할 교육계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또 어떠한가?

김민수 기자 eduwatchdog@naver.com
Copyright 교육앤시민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교육앤시민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57길 4, 9-401 (서초동, 강남부속상가 4층) 발행인:김정욱| 편집인:김호월 | 전화번호:070-4323-1467 | 팩스:02-588-7982 | e-mail : ceongkim@naver.com Copyright 교육앤시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