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생 건강권을 위축시키면서까지 노조의 눈치만 보는 학교 급식으로 가야하나?

  • 등록 2024.10.01 16: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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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월 9일 보도「열악한 노동 환경이 부실 급식으로」 ... "팩트가 아니고 선전·선동에 가깝다"

[기회평등학부모연대 대표 김정욱] 경향신문은 금년 5월 9일자 「열악한 노동 환경이 '부실 급식'으로 ... 학생 건강권도 흔들었다」 (관련기사 링크)제하의 기사에서 '조리종사원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여 조리종사원 결원사태가 발발했고 그 결과 부실급식으로 학생들의 건강권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이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팩트체크한 결과 특정지역의 조리종사원 결원사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서울시 전체적인 현상도 아닐 뿐더러 그로 인하여 학생건강권이 훼손되었다는 주장은 과장된 호들갑에 불과하였다. 오히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자료(관련자료 링크)에 의하면 조리종사원 근무강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영양교사의 압박감이 가급적 조리하기에 편리한 패스트푸드 식단을 선호하게 해서 결국 학생건강권을 흔드는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향신문 해당 기사의 편집취지는 부실급식 발생 원인을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조리종사원들의 근무조건이나 근무환경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이는 선택적 증거의 오류를 범한 노조친화적인 기사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파악한 서울시 학교급식 조리종사원 배치현황에 의하면 조리종사원 결원사태가 서울시 전역에서 두루 나타나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역별 시설수 정원 현원 결원 결원율
서울시 전체 944 4,824 4.473 351 7.3%
  서초강남 91 583 418 165 28.3%
강동송파 117 656 568 88 13.4%
기타지역 734 3,585 3.387 98 2.7%

 

9월 현재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의하면, 서초·강남 및 강동·송파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결원율이 2.7%로 미미한 수준이다. 734개 학교 대부분은 정원이 채워져 있고 그 중 일부인 98개 학교에서 1명 정도의 결원이 발생하였으나 이는 대체인력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통상적인 수준이다.  

다만, 서초·강남지역의 경우 조리종사원 지원자 자체가 없어서 상시적으로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된 현상이었다. 특히 서초·강남지역의 경우 결원율이 평균 30%에 이르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학교급식 중단을 우려할만큼 심각한 경우도 꽤 발생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보도된 서초구 소재 A중학교의 경우 1,400여 명의 급식을 위해 조리종사원 9명이 일을 해야 하지만, 문제가 된 날은 단 2명 만이 출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조리실의 근무환경이나 조리종사원 근로조건 때문이 아니었다. 최근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하여 조리종사원으로 일하고자 하는 인력 자체가 서초·강남지역 특성상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농어촌에서 단순노무직으로 필요한 노동력의 경우 불법체류하는 해외인력에 의지하게 된지 오래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정부당국조차 불법체류자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1차 산업분야는 물론 중소제조업에도 해외근로자가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최근에 필리핀의 가사관리사(Caregiver) 도입(관련기사 링크)이 화제가 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 추세를 근무환경이나 근로조건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섣부른 판단으로 잘못된 해결책을 마련했다가는 시간과 돈만 낭비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조리종사원이라는 직종을 향한 노동시장이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제대로 된 원인 파악없이 선동된 여론에 떠밀려 엉뚱한 처방만 내리다보면 조리종사원 결원 사태가 서초·강남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더 확대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조리종사원 수급을 위한 인력시장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인력 수급 시장의 목표 자체를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근무조건이나 근무환경 개선의 여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정확한 타개책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시의적절한 대책은 학교조리실 근무인력을 외부 전문업체에 부분적으로 위탁하는 방안(관련자료 링크)이다. 조리실 인력의 채용, 교육, 노무관리 등은 위탁업체가 관리하고 학교장과 영양교사는 건강한 식단을 짜고 우수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조리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식재료 세척 및 전처리, 조리, 배식, 청소 등은 영양교사의 지침에 맞추어 위탁업체 팀장의 지휘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조리종사원 인력을 외부 전문업체 부분위탁하는 방안이 검토될 경우 기득권화된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부분위탁이 시행되면 노조 가입율이 낮아지고, 이는 조직의 세력이 약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노조친화적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체제에서는 조리인력 부분위탁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해 왔다. 그리고 민노총 소속 학비노조 또한 조리종사원 결원사태를 가지고 기득권화된 노조세력을 강화하는 주장을 펼치기에 바쁘다. 5월 9일자 경향신문은 그러한 논조를 그대로 기사화하였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5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족한 조리종사원 강남·강동 지역 학교 우선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보도자료에서 "수시채용을 통해 결원 해소에 적극 나설 계획", "식기류 세척 렌탈사업 지원", "15개 학교 로봇팔 설치" 등의 보완대책을 밝혔다.

학비노조가 북을 치니 교육청은 장구를 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4개월이 지난 9월 현재 서초강남지역 조리종사원 결원율이 28.3%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특정지역의 조리종사원 결원사태와 관련하여 그 유일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급식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다. 학교급식실 조리 인력을 외부 전문업체에 부분위탁하는 방안이다. 다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을 뿐이다.

서울시교육을 이끌고 갈 교육감 보궐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연 어느 후보가 학비노조를 설득하여 학교급식을 정상화할 의지와 신념이 있을지 궁금하다. 학생의 평생건강권을 지키는 급식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학생의 건강권을 위축시키더라도 조리종사원 노조를 위한 급식으로 갈 것인가? 

10월 서울시교육감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전혁, 정근식 두 후보는 아직 학교급식에 관하여 특별한 언급이 없다. 다만, 조희연 전 교육감을 계승하겠다는 정근식 후보의 생각은 불을 보듯 뻔하기에, 과연 이러한 학교급식 현안들에 대해 조전혁 후보가 서울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김민수 기자 eduwatchd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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