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살 수는 없다. ‘인간은 망각(忘却)의 동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무려 7개월여가 지났음에도 눈에 선한 사진 한 컷이 있다. 주위에 많은 이들도 그렇다고 했다.
‘우한폐렴’(武漢肺炎)으로 이 나라에서 ‘또 사망자’가 발생했던 지난 2월 어느 날... 그 무슨 ‘기생충’ 파티에서 ‘짜파구리’를 맛나게 드신 후, 얼굴 찢어지고 목이 젖혀질 정도로 큰 웃음을 짓는 사진이 돌아다녔다. 그날 이후에 현재까지 자랑은 뻔질나게 해대고 있다. 그 무슨 ‘K-방역’을 주어 섬기시면서... 하지만 그 돌림병으로 잃은 390여 목숨들에 대해서는 한마디 애도의 표시도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당연하다고? 저잣거리에서는 이렇게 수군거린단다.
“자랑질에 아무 도움이 되질 않지. 더군다나 죽은 자는 ‘표’(票)가 될 수 없고말고...”
그리고 엊그제 아무개 신문의 기사 토막들이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이 실종된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 첫 서면 보고를 받았다... 총격이나 시신 훼손은 확인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군은 4시간 뒤인 22일 밤 10시 30분 총격 및 시신훼손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23일 오전 8시 30분 첫 대면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A씨 사살·시신훼손 사실을 알게 된 건 문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은 지 26시간 30분 만이었다...”
이런 와중에 ‘북녘과 종전선언(終戰宣言)’을 강조하는 유엔 온라인 연설이 있었다. 높은 별자리들의 진급·보직 신고도 받으셨단다. 역시 북녘에 대한 경고 같은 건 아예 없이, ‘평화’가 강조되었다고. 그러고 나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이 발표된 24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대신 서훈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청와대에서 NSC 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시각 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아카펠라 공연’ 등을 관람했다...”
이 여유와 넉넉함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믿는 구석이 있지 않았을까? 드디어 그 ‘공연’ 관람이 끝나고 나서, 대변인의 입을 통해 북녘에 요구를 하셨단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서면으로 최초 실종 첩보보고를 받은 지 47시간, 첫 대면보고를 받은 지 33시간 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에 북녘은 ‘통일전선부’ 명의로 통지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 말미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 동지는...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이 나라 ‘국민’들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미안’까지 언급한 ‘통지문’을 받아냈는지가 궁금하다. 북녘과는 공식 라인이 끊어져 그 공무원을 구출하지 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놓은 지가 불과 몇 시간 전(前)이건만...
더군다나 근래에 남과 북이 그 무슨 ‘친서’(親書)를 주고받았다며 내용도 공개했단다. ‘친서’까지 주고받을 정도지만, 공무원 A씨를 구조할 마음은 없었던 거다. 그래서 공무원 A씨가 총살(銃殺)된 직후부터 북녘과 모종의 내통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은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왠지 ‘짜고 치는 고스톱’ 냄새가 나질 않는가. 헤드셋을 끼시고 ‘아카펠라 공연’을 감상하신 여유의 이유가 혹시? 북녘이야 별 부담 없는 ‘미안’으로 자기네 편인 남녘 ‘촛불정권’을 위기에서 구하려 했고, ‘사과 값’이야 나중에 후하게 받을 심산이었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그건 그렇다 치자.
그 ‘통지문’이란 걸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저들의 ‘사과’라는 게 단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미안하다”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쏴 죽인 건 하등 잘못이 없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밑바닥에 깔린 심사(心思)를 직설적으로 들여다보면, “걔는 총 맞아 죽을 짓을 했어. 그래도 미안하다고 해주지 뭐!” 정도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로 난리가 났다고 했다. 환호작약(歡呼雀躍)이란 이런 때 쓰라고 생긴 말이지 싶다. 북녘 세습독재자가 단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는 걸 가지고, ‘그 당’을 비롯한 ‘문주주의자’(文主主義者)들은 엄청난 ‘경사’(慶事)로 받아드리고 있단다. 코미디극에서나 듣고 봄직한 자축(自祝) 대사(臺詞)들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딱 두 가지만 적어본다.
“A씨와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바라던 것들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 전과 좀 다르다. 그냥 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아...”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그 공무원 A씨가 ‘조공(朝貢)주도 평화’와 ‘대화(對話)주도 국방’을 활활 타게 만드는 불쏘시개라도 되었단 말인가. 기쁜 소식이라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마음대로 지껄이는 ‘죽인 자’ 편을 들겠다는 건가. ‘계몽군주’라니... 그 눈에는 이 나라에 개돼지만 있어 보이나.
언제 적부터인지 우연의 일치라기에는 뭔가 수상한 일들이 겹쳐서 일어나고 있다고. 단지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치부하기에는 마냥 찜찜하다는 지적이다. 일부러 그러지 않느냐는 세간의 눈초리도 심상치가 않단다.
짜파구리 파티 때도 그랬고... 바다에서 실종된 ‘국민’이 적군(敵軍)에게 총을 맞고 시신(屍身)은 불에 태워졌는다는 데도 그 무슨 공연 관람... ‘미안’도 ‘미안’ 같지 않으면서, 서로 짜고 하는 듯도 하고...
어찌 보면 ‘놀림’ 당하는 수준의 황당한 상황에 ‘국민’들은 의심과 분노를 쌓아가고 있단다. 언젠가 크게 폭발할 그 날을 마음속으로 벼른다고 한다. 분명 저들의 후회(後悔)가 있을 거라고 누군가는 이미 경고했다.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