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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논평

‘조준 사격’마저 포기한 군대가 과연 군대인가?

 

‘2018 국방백서’... 주적(主敵) 논란의 불편한 진실

“새로운 안보환경”의 본질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적(敵)이 두루뭉술한 ‘독수리 5형제’가 국민의 군대?

 

“북한은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한국 정부를 ‘괴뢰’로 비하했다. 노동당 대내 기관지 ‘근로자’ 2018년 5월호에서는 이와 함께, 한국 공군을 ‘괴뢰 공군’으로 지칭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엊그제 아무개 일간지 기사의 요지다. ‘가짜뉴스’는 아니지 싶다. 그런데...

“우리 군(軍)은 대한민국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敵)으로 간주한다”

‘촛불정권’ 출범이후 첫 발간된 ‘2018 국방백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란다.

 

“북한은 적(敵)”이라고 명시(明示)하지 않은 것이다. [참고적으로 2016년에는 ‘군사적 위협과 도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의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돼 있었다.]

 

이에 대한 입장이 걸작이다. “북한 위협 뿐 아니라 점증하고 있는 잠재적 위협과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적’(敵)을 기술했다”고 한다. 언뜻 듣기에 이 나라 ‘국민의 군대’가 왠지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육·해·공군과 해병대, 그리고 예비군까지]로 변모·진화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관련해서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이 조성됐다”고도 했단다. 그렇다. 분주히들 오가고 만난 건 맞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고 물어보자. 특히 ‘새로운 안보환경’이라는 것에 대해...

 

① 북녘의 세습독재정권이 과연 ‘한반도 적화(赤化)’를 포기할 거라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② 북녘의 ‘그 녀석’이 현재 갖고 있는 핵무기를 내려놓는 ‘비핵화’(非核化)를 순순히 실천하리라고 예상하는 국민들은 몇이나 될까?

③ 더군다나 ‘9·19 남북군사합의서’가 만들어져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고 크게 안심하는 ‘국민’은 또한 얼마나 될까?

 

위 세 가지 물음에 대해서 ‘국민의 군대’ 높은 양반들은 아마 "모든 국민이 그러하다”고 믿고 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나라 ‘국민’들의 보편적 상식과 시각을 외면했을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높은 양반들이 무슨 힘과 의지가 있는가, 더 높은 곳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라면 달리 할 말은 없다.

 

여러 언론, 정치권, 심지어 군 내부에서 조차 ‘주적’(主敵)을 특정하지 않은데 대해 비난·비판·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니 그 '백서'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싶지는 않다. 다만, 딱히 이 나라의 ‘국방백서’를 의식한 때문은 아니겠지만, 외국의 언론들조차도 북녘의 핵 능력과 위협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보도하고 있다니 한번쯤은 따져봐야겠다.

 

“위성사진과 정보당국의 정보들은 북한이 핵무기 시험을 중단한 후에도 로켓과 핵탄두를 그 어느 때보다 신속히 대량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20년까지 핵탄두 100개를 보유할 수 있다...” 양키나라 아무개 통신이 전한 내용이다. 이와 유사한 보도를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다.

 

은밀하게 핵무기의 질과 양을 늘리는 이른바 북녘 고유의 ‘비핵화’[秘核化와 肥核化]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주히 오가고 만나는 와중에도 북녘 ‘그 녀석’이 입으로는 ‘비핵화’를 짖어대면서 '밑장 빼기' 식의 눈속임을 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신뢰 구축”이니 “평화 정착" 등등을 입에 발리며 또 다시 ‘오고 감’과 ‘만남’들을 희망·모색·추진하고 있다. 이야 말로 실질적인 “새로운 안보환경” 아닌가. 사정이 그러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 ‘2018 국방백서’란 것도 이와 같은 눈속임 식의 “새로운 안보환경”에 반응·적응하기 위한 그저 그런 유(類)의 의례적인 표현물쯤으로 치부하면 크게 괘념할 바가 못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것만은 명백하지 않은가.

 

‘적’(敵)을 두루뭉술하게 흐려 버린 군대, 다시 말해 딱 부러지게 ‘주적’(主敵)을 특정하지 않겠다는 군대는 표적(標的) 없이, 결국 ‘조준 사격’(照準 射擊)마저 포기한 것과 같다는 사실이다. 허공에 대고 총을 마구 휘둘러대며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 수행”을 떠벌리는 ‘독수리 5형제’... 이런 군대를 이 나라 ‘국민’들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결코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군대’ 주적(主敵)은 ‘북녘 세습독재정권과 그 지휘를 받는 붉은 군대’가 맞다. ‘자유통일’의 그날까지 누가 뭐라고 해도 변할 수 없으며, 변치 말아야 한다.

 

 

<李  斧 本報 객원논설위원>

 

본 논평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사에 대한 저작권은 저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