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저 5월의 푸른 하늘을 봅니다. 구름이 산 허리에 걸려있고 초록이 시원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들이 숲에 가득합니다. 가슴을 펴고 닫혀있던 마음을 열어 마음껏 심호흡을 하니 청량함이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이팝나무 꽃, 고운 분 바르고 연두빛 사과 꽃잎 섀도우를 펴 바르니 내가 5월입니다. 그리고 꽃잎 입술에 붉은색을 칠하니 나는 복사꽃으로 핍니다. 이제 흘러버린 시간, 연연함도 아쉬움도 말자. 귓가에 속삭임처럼 아른거리는 그리움이 남아 있는 한 난 여전히 푸른 5월입니다.
박재형 저 초여름 녹음이 짙고 뻐꾹새 소리가 푸른 침묵으로 내려앉으면 비릿한 밤꽃 냄새에 새털구름처럼 마음이 떠돈다. 비탈밭 보라색 감자꽃이 피면 가슴저린 그리움이 사무치고 아픈기억의 순간들이 언덕빼기 동그란 무덤 앞에 핀 하얀 쑥부쟁이꽃을 향한다. 한낮 장독대 밑 봉선화, 이파리는 수줍은 빨간 꽃잎을 감추고 시린 햇빛에 흐려진 네 모습이 처량함을 보인다. 푸른 무논 위 백로 시간이 멈추고 나무가 되어 먼 하늘을 바라보는 목이 긴 흰새 침묵의 공간을 날아 오르면 슬픔만이 감돈다. 신작로길 가로수 아득한 그리움의 평행선이 내달리고 하얀 먼지를 퍼트리는 버스는 지난 추억의 기다림으로 사라진다. 그대를 보고 싶어 6월의 풍경을 그림엽서로 보냅니다. 그리고 지금은 낡은 세월의 그림자처럼 靜物이 되어 저만치 창밖의 신록을 바라봅니다
박재형 저 나이가 들면 삶속에서 그리움은 청춘의 아름다움이 스며나와 행복이라는 순간을 보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청춘의 기억은 안개 낀 여름날의 몽환적 시간, 불안과 설렘의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소중한 인연, 안개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들...... 당신도 그리운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우리는 문득 반가운 사람이 매화꽃이 핀 골목길을 마중나와 날 기다려주는 기억은 오래오래 기억되어 행복한 마음이 좋았을 것이다. 석양이 지는 봄날 저녁, 신작로를 지나 집으로 향해 가는 길에 등뒤에서 바람이 가볍게 나를 스칠 때, 당신의 그림자가 가슴 깊은 사랑을 안고 날 감싸는 마음이 행복해짐이 좋았을 것이다. 수없이 부르던 당신의 이름, 아직도 손을 잡고 있는 그리움과 내 마음에 부치지 못한 편지...... 훌쩍 담을 넘은 살구꽃처럼 부끄러운 듯 저기 저렇게 하얀빛으로 날 기다려 주는 행복한 마음이 좋았을 것이다. 언덕길을 지나서 그대 집으로 향하는 설레임, 매화나무 꽃잎이 내려 쌓이고 그 아래 꽃처럼 날 기다려 웃어주는 당신의 행복한 마음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바람부는 날, 눈 덮인 겨울 산의 나무처럼 봄으로 가는 길을 나는
나는 언제부턴가,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취미 하나를 갖게 되었다. 소변기 위에 붙은 표어를 모으는 일. 참 별나다 싶지만, 그 짧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주름을 슬며시 펴준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거창한 위로보다, 이렇게 엉뚱한 데서 더 쉽게 풀린다. 서수원의 어느 신축 빌딩 화장실에서였다. 급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무심코 시선을 들었는데, 소변기 위의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당신이 소지하신 총이 장총(長銃)이면 그 자리에서, 권총이면 한 발짝 다가서서 쏘세요.” 순간, 품격 있는 웃음이 터졌다. 참으로 점잖은 농담이다. 말은 장난인데, 메시지는 또렷하다. 괜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다가서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못내 우습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모르게, 이런 문장들을 주머니에 하나씩 담기 시작했다. 나를 웃게 하는 작은 장치들, 비밀스럽게 챙기는 셈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강산이 몇 번은 바뀌었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을 바꿨다. 채도 바꿔보고, 자세도 바꿔보고, 심지어 마음까지 비워보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가장 잘 비워진 것은 스코어였다. 여전히 100을 넘나드는 ‘백돌이’ 신세. 스트레스 받는 날이, 가끔이 아니라 자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