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 편향 교사로 논란이 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서 23일 인헌고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인헌고 학생 40여 명으로 구성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하 '학수연')의 대변인 최 모 군과 인헌고 학수연 대표 김화랑 군이 참여했다.
먼저 학수연 대변인 최 모군이 회견문을 발표하면서 "학생수호연합은 이번 인헌고등학교 사상독재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학생조직"이라 밝혔다. "평소에도 '페미니즘', '동성애', '난민', '일베몰이' 등이 있었다"며 "이를 뿌리 뽑고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정치적 사상 주입한 사례 일부를 소개하면서 최근 『마라톤대회 반일 문구 선언문』을 제시했다. 최 군은 "대회 일주일 전부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반일 문구가 적힌 선언문을 적으라 지시했고, 반일 운동에 반대하는 한 친구에게 교사는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라고 혼내면서 교사 구미에 맞는 문구를 적어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선언문에 「일본 경제침략 반대한다」, 「자민당, 아베 망한다」 등의 반일 구호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선언문을 몸에 붙이고 뛰어라' 지시했다"고 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결승선을 통과해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최 군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보장받아야 하는 온전한 사상의 영역을 교사들의 독재 하에 시체가 된 것"이라 비판했다.
두번째 사례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용납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했다. 최군은 피해 학생의 제보를 이야기하며 "선생님이 학생에게 '자신은 현 정부가 너무 좋은데 너는 왜 싫어하냐'며 벌컥 화를 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로 불려가 혼났고, 다음 수업 시간에 현 정부가 좋다는 말을 반강제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세번째 사례로 교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에 대해 편향된 발언을 한 것을 말했다. 최 군은 "교사가 최근 조 전 장관 사퇴를 두고 '무고한 조국을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사퇴시켰다'는 늬앙스로 말했다"는 또 다른 학생의 제보를 전하면서 "학생이 이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그런 가짜뉴스 믿지마. 검찰이 자기 가족들 조사해서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해서 사퇴시킨거야'라며 '가짜뉴스 믿는 사람들 다 개, 돼지야'라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에 최 군은 "이제는 이 끔찍한 사상주입을 끝내야 하겠다"고 하면서 "진정한 개, 돼지는 비판할 줄도 모르고 무조건 찬양만 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네번째 사례로 박정희 전대통령 평에 대한 '일베몰이'를 제시했다. 최 군은 "한 학생이 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다른 건 몰라도 경제 하나만큼은 잘한 것 같다'고 했는데, 한 교사가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너 일베니?'라고 공개적으로 모욕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생은 일베가 아니라고 해명했음에도 끝까지 일베 회원이라 의심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최 군은 "해당 발언을 한 선생님은 교사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군은 인헌고 학수연이 조직된 후 학교 측의 반응을 전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연락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너 일베니?'라 했던 교사 분께서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라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학생들끼리 교실에 모여 사상주입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소통의 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선생님께서 오셔서 '그 교실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학생들의 모임을 강제적으로 막았으며, 「학수연」이 모여있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해산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결국 그 자리는 해산되었다"고 말했다.
최 군은 발표를 맺으면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의무다. 인헌고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과 사상독재는 기본 교육법에 위반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우리(학생)는 우리의 기본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하면서 "우리(학생)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 순수하게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다....저희에게 정치적 색깔을 입히는 행위는 지양해주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인헌고 학수연의 새로운 대표 김화랑 군의 회견문 발표가 이어졌다.
김 군은 "학수연은 이 시대와 우리가 다니는 학교, 그리고 함께하는 학생들의 조합으로 나타났다고 믿는다"고 하면서, "여태껏 묵인했던, 묵인되어왔던 사상주입 교육에 무참히 노출되어 왔다"며 "괜히 말했다가 생활기록부 안 좋게 쓰이고, 수업 분위기만 망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우려들이 지금의 사태를 야기한 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군은 "저 또한 처음 학수연을 보고 '굳이 이런 조직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켜내야 한다... 현재 시대는 철학적, 이념적으로 썩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군은 "오늘날의 인헌고는 정신적, 의식적, 사상적, 정치적 독재가 만연하고 있다.... 정신, 의식, 사상, 정치는 학생의 것, 학생에 의한 것, 학생을 위한 것임을 이 시대에 선포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 군은 "현재처럼 가정의 영역은 빠르게 줄어들고 공공의 영역으로 내몰리면서 학생의 결의는 더 절실하다 생각한다"며 "이전 시대에는 가정에서 배우고 느낄 수 있던 것을 현 시대에는 공공의 영역에서 배우고 느껴야 하는데, 지금은 공공이 원하는대로 학생들에게 주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 영역을 특정 정치의 세력화된 교사들이 장악한 것"이라면서 "이는 초·중·고등학교 모두 마찬가지이며, 교사들이 모든 교육과정을 획일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 군은 발표를 맺으며 "이로 인해 이번 인헌고 사태까지 왔다... 이제는 이 썩은 병폐를 도려내고 학생들 스스로 그들의 사육장을 뛰쳐나와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의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연대를 희망한다면서 "전국 각지의 깨어있는 학생들은 모두 연락을 부탁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서울대에서 조국 사퇴 촛불집회를 이끈 김근태 서울대 집회추진위 위원장도 참여하여 인헌고 학수연에 지지하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