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럽고 세상살이가 뒤숭숭하다. ‘이게 나라냐?’고 골백번 외쳐봐도 이게 대한민국이다. ‘자유’와 ‘민주’는 잠수하고 거짓 ‘평등’과 망국 ‘복지’가 나라 기둥을 갉아먹고 있다.
떳떳한 사람은 잠수타거나 궤변을 늘어놓을 일이 없다. 우리 국민이 무참히 살해된 지 일주일째 침묵하던 대통령이 170시간만에 내놓은 첫 육성 메시지가 "(김정은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감복하는 모습이다. 살인 전과자가 아들을 무참히 살해했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주일을 침묵하다 살인범이 보낸 사과의 메시지를 받고 감격하는 정신 나간 가장(家長)의 집안 꼴 아닌가!
이 보도에 달린 댓글들 중 “개들도 대성통곡할 개소리다……개만도 못한 인간 때문에 개들을 욕보인다고 개들이 통곡한다……”, “이거 아무래도 이 사건이 종전선언, 미대선, 북한 정치일정, 사건 후 더듬어사기당 애들 나불대는 걸 보면 서로 연결되어 짜고치는 고스톱같네~~~”,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이고 ㅇㅇㅇ은 국민의 주적이다!”라는 분노한 글들이 눈에 띈다.
떼법이 헌법에 고함치는 나라이니, 억지가 논리를 짓밟고 거짓이 진실을 뭉개는 일이 일상이다. 검찰은 법무부장관의 시녀가 되어 장관 눈꼬리에 맞춰 춤춘다. 법원은 재판인지 개판인지 구분이 안 되는 판결을 쏟아내며 정의를 불의로 몰고 불의에 정의의 깃발을 꽂아준다. 국회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살해하자 뜬금없이 종전선언과 북한관광 재개를 뇌까린다. 나라 전체가 ‘봉숭아학당’ 꼴로 미쳐 돌아간다.‘봉숭아학당’ 꼬락서니 하나를 보자. 지난 9월 25일 노무현재단 주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 유튜브 대담 도중 유시민 이사장이 북측 통지문 도착 속보를 전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계몽군주로서의 면모” 운운하며 "남북관계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 "남북 정상이 회동을 해야한다……우리가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하는 데……"라고 봉숭아학당스러운 말로 화답했다. 이어서 국립외교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이 그리고 있는 북한의 비전은 정상 국가에 가깝다"며 정치코미디의 백미(白眉)를 장식했다.
분노한 국민을 염장지른 일이 또 하나 있다.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8개월이 넘도록 깔아뭉개던 검찰이 돌연 나서더니 한 달만에 서둘러 면죄부를 줬다. 검찰의 아부에 법무부장관의 눈과 입술에 오만의 미소가 펴오른다. 이번에도 거짓이 진실을 이길지는 모르지만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라가 철면피 소굴 모습이다.
요즘 이 나라의 모습은 과연 헌법보다 떼법이 우위인 나라답다. 나라 전체가 거짓과 억지가 정의와 진실을 지배하고 목청 큰 자가 득세하는 동물농장 수준으로 전락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해바라기 경찰을 앞세워 애국우파단체들의 10월3일 차량집회와 1인시위를 봉쇄하기 위해 혈안이다. 경찰 인력을 8·15 광복절집회 때보다 많은 1만 명 이상 동원할 예정이라 한다. 지난 7월 서울 일부 도로를 마비시킨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의원 8·15 특별사면요구 차량시위’는 용인한 경찰이 이번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려고 나서고 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 정지나 취소가 되는 부분이 적시돼 있다”며 개천절 차량시위자들에 대해 현행범 체포, 운전면허 정지·취소, 차량 즉시 견인 등 강력 대처를 예고했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제6호)에는 “제46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동 위험행위를 한 경우”에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46조(공동 위험행위의 금지) 제1항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앞뒤로 또는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危害)를 끼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폭주족들에게나 적용될 사안이다. 개천절 차량시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는 행위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경찰은 차량시위 불허 이유로 방역당국 집회금지 기준, 주요 도로 정체·사고 우려, 대규모 집회 확산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석기 사면요구 차량시위’ 때는 차량 600대가 집회 신고됐음에 비해 이번 개천절 시위 차량 규모는 200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규모 집회 확산 가능성’이나 ‘방역당국 집회금지 기준’도 억지 구실일 뿐이다.
만일 차량시위가 코로나19 확산 요인이 된다면 드라이브스루 검사는 더 위험할 것 아닌가? 코로나19는 어찌 붐비는 지하철 등은 피하고 우파애국집회만 쫓아다닐까? 서울시나 경찰이 정권에 아부하며 민심을 배반하면 인과응보의 대가가 따를 것이다.
이철영 <(재)굿소사이어티 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