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한낮 빨래 장대 위에 걸린 해가 해질 녘 대문 밖으로 넘어가고
부는 바람이 서늘하지는 않은데 내몸에 불어온 바람이 공연히
빈 가슴 서늘하게 하는 것을 내 어찌 마다 하겠나.
누군가 불러 주면 황급히 뒤돌아보고 친절이라도 보내 오면
금세 그 손잡고 뒤도 안 보고 따라나서고 싶은 허전함.
하루에도 몇 번씩 기쁨과 슬픔에 흔들리며 춤추는 나이다.
새로운 인연 기쁨으로도 오고 슬픔으로도 오니
이미 온 인연 가볍게 흘리지 말고 새로운 인연 즐겨 만들지 말게.
오랜 벗 마주하여 따뜻한 차한 잔 즐겁고 정다운 이야기 나누고
그냥 그렇게 지내다 보면 무심한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간다네.
이제는 남에게 불편한 불편한 마음 갖지 말고
남에게 야속한 시선도 보내지 말게
세월이 흘러 그 때도 우리가 지금의 이 모습이겠나.
이미 겉은 세월따라 바뀌고 변한다해도
속 마음은 이제나 저제나 한결같아서
그냥 지금처럼 이 모습 사랑하며 지내다 보면
내 마음 언젠가 모두에게 닿을 것을 믿네
아직은 젊고 믿음직스러우며 아름다운 삶을 꿈꾸지 않는가.
훗날에 지금처럼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할 수 있는건
그래도 진실했던 우리들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