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한낮 빨래 장대 위에 걸린 해가 해질 녘 대문 밖으로 넘어가고 부는 바람이 서늘하지는 않은데 내몸에 불어온 바람이 공연히 빈 가슴 서늘하게 하는 것을 내 어찌 마다 하겠나. 누군가 불러 주면 황급히 뒤돌아보고 친절이라도 보내 오면 금세 그 손잡고 뒤도 안 보고 따라나서고 싶은 허전함. 하루에도 몇 번씩 기쁨과 슬픔에 흔들리며 춤추는 나이다. 새로운 인연 기쁨으로도 오고 슬픔으로도 오니 이미 온 인연 가볍게 흘리지 말고 새로운 인연 즐겨 만들지 말게, 오랜 벗 마주하여 따뜻한 차 한 잔 즐겁고 정다운 이야기 나누고 그냥 그렇게 지내다 보면 무심한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간다네. 이제는 남에게 불편한 마음 갖지 말고 남에게 야속한 시선도 보내지 말게, 세월이 흘러 그 때도 우리가 지금의 이 모습이겠나. 이미 겉은 세월따라 바뀌고 변한다해도 속 마음은 이제나 저제나 한결같아서 그냥 지금처럼 이 모습 사랑하며 지내다 보면 내 마음 언젠가 친구에게 닿을 것을 믿네. 아직은 그래도 우리는 젊고 믿음직스러우며 아름다운 삶을 꿈꾸지 않는가! 우리는 바라보는 눈빛 속에 그냥 솔직함이 묻어있어 환한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길을 지나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
박재형 작 가을비 오는날 낙엽을 밟으며 걸어본 적이 있는가? 잊었던 얼굴이 떠오르고, 다정한 그대의 말이 귓가를 속삭인다. 갈색 눈동자는 얼굴에 닿은 작은 떨림이 내 가슴으로 번져오면 나는 수첩을 뒤져 전화를 하고 싶어진다.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을 이어주는 빗소리, 그리움을 물들여놓고 내 마음에 파고들어 일체의 고민을 불식시킨 빗소리만 익숙한 파동으로 내게 전해주었다. 낙엽이 떨어진다. 자연의 모든 색이 씻겨 가버린 날.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보지만 낙엽위에 서있는 나는 온 길 알 수 없고 갈 길 알 수 없는 데 어디로 가야 할까?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는 분명한 듯 한데 아닌 듯 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멀어지기도 하는 망각의 시간으로 달린다. 오늘 가을비와 낙엽의 생각은 잔뜩 흐렸던 하늘에 비를 뿌리고 비바람을 탓하는 낙엽은 납작 엎드려 당신 가슴에 내 마음을 내려 놓았던 것처럼 찬바람에 뒤척이던 시간을 내려 놓았다. 비는 마음의 부스러기인 듯 내 그리움을 적셔가고 어둠은 슬며시 모든 것을 감춰버린다. 내리는 가을비에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아리한 기억 마저도 조용히 벗어내고 겨울맞이를 하려는가 보다. 내 마음에 그리움으로 전해오고 엉거주춤 발 저린
박재형 작 70의 나이에 나를 들여다 보며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이 세상에서 부족하지만 그래도 단 하나의 나!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마음! 웬만한 바람엔 미동조차 하지 않을 마음에 쿵쾅거라는 심장소리가 들리고 쉼 없이 툭탁거리는 맥박소리에 숨조차 크게 쉴 수가 없습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마음이 조급하져서 일까? 마법에 걸린 듯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숨을 크게 내쉬며 여유를 가져봅니다. 그리고 거울을 바라보며 그냥 웃어 봅니다. 거울은 그 모습이 우서워 나도 몰래 웃음을 터져냅니다. 닫혀있던 마음은 열고 마주보는 사람에게 정답게 인사를 합니다. 내게 호감어린 시선과 뭔가 기대에 찬 얼굴로 다가옵니다. 무언가 물어올 듯 친근한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 머릿속에 맴도는 얼굴은 어렴풋 안개 속인데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아련한 그리움 억누르려 애를 쓰면 쓸수록 그리움은 더욱 커져가고 다가가면 안될 것 같읍니다. 다가가서 보고 싶다 말하면 숨울 것 같아 그냥 먼발치서 소중한 마음 접어넣고 평행으로 그어진 철로처럼 똑바로 가면서 심심하면 철로변의 노란꽃도 구경하면서 가야지요. 어! 그러고 보니 이제 내가 행복을 간직한 연륜의 세월이 되었나? 인
박재형 작 나이가 들면 삶속에서 그리움은 청춘의 아름다움이 스며나와 행복이라는 순간을 보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청춘의 기억은 안개 낀 여름날의 몽환적 시간, 불안과 설렘의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소중한 인연, 안개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들...... 당신도 그리운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우리는 문득 반가운 사람이 매화꽃이 핀 골목길을 마중나와 날 기다려주는 기억은 오래오래 기억되어 행복한 마음이 좋았다. 석양이 지는 봄날 저녁, 신작로를 지나 집으로 향해 가는 길에 등뒤에서 바람이 가볍게 나를 스칠 때, 당신의 그림자가 가슴 깊은 사랑을 안고 날 감싸는 마음이 행복해 좋았다. 수없이 부르던 당신의 이름, 아직도 손을 잡고 있는 그리움과 내 마음에 부치지 못한 편지...... 훌쩍 담을 넘은 살구꽃처럼 부끄러운 듯 저기 저렇게 하얀빛으로 날 기다려 주는 행복한 마음이 좋았다. 언덕길을 지나서 매화나무 아래 꽃잎이 내려 쌓이고 그 아래 꽃처럼 날 기다려 주는 행복한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바람부는 날, 나는 눈 덮인 겨울 산의 나무처럼 봄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며 산수유 꽃피는 그날을 위해 내 심장에 피돌기를 시작하며 따
박재형 작 11월은 계절이 오가는 길목이다. 그냥 가기엔 서운하기에 떠나기 전에 만나야 한다. 머물 수 없는 기다림, 잊지는 않는다고, 떠나기 전에 전해야 한다. 텅빈 벌판에 일렁이는 바람, 묻어오는 향기는 꿈인 듯... 그대 모습, 지난 시간을 바라보는 두눈엔 이별 담긴 눈물만 흘러내린다. 기웃거리다 떠나버린 가을, 허무처럼 찾아오는 알길없는 외로움, 눈꽃에 묻여 내리면 먼저 내달리는 그리움, 머뭇거리다 지워지는 기억처럼 그렇게 가버린다. 11월! 세월의 깊이 만큼 토닥토닥 다듬어진 듯 구순해 보이고 편안함을 간직한 여인처럼...... 여유로움이 묻어있어 아름다워 보이는 시간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들, 어느날 문득 발견한 나! 중년의 낯선 모습에 새삼 허무해져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어느새 검은 머리는 윤기없이 거칠어지고 초점은 흐릿하게 겹쳐오면서 살아온 세월이 허무해 진다. 그동안 발목 잡혀온 현실이 억울하기도 하고, 나를 찾고자 하염없이 방황하던 세월...... 현실을 잊고 싶어 무작정 떠나고 싶다. 되돌릴 수 없는 젊은 날의 아쉬움인가? 사춘기 소녀처럼 여려진 가슴은 눈망울에 가득 고이는 그렁그렁한 눈물, 지난 삶에 연연하며 자신감을 잃어 체
박재형 작 10월의 마지막 열기는 담벼락 담장잎을 더욱 부드럽게 했다. 내일이면 매서운 바람에 한잎 한잎 떨어지고 찬서리에 떠는 붉은 장미, 제자리를 잃은 고아처럼 긴 이별을 생각한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날, 천천히 하루를 보내고 싶다. 말라 색바랜 고추밭, 논바닥의 볏가리를 덮은 자욱한 안개, 지워진 기억과 정지된 내 감정을 부르기 위해 아주 천천히 해돋이를 늦추고 싶다. 내일이면 하얀 들녘에 까마귀소리가 내려 앉는다. 산그림자가 마을 어귀로 다가 오고 해저녁 소죽간에 여물을 삶는 아낙이 길잃은 나그네를 반가이 맞겠지 오늘은 10월의 마지막날, 천천히 하루를 보내고 싶다. 검푸른 하늘, 새색시 입술처럼 걸린 초승달이 석양에 물들기 위해 아주 천천히 황금 파도로 해너미를 늦추고 싶다.
박재형 작 봄도 어느새 중간 쯤 들어섰다. 낮의 기온이 20도를 넘어서고 아침 저녁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 있을 만큼 따뜻해져 봄날의 포근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바깥에는 꽃들이 만발해서 일부는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특히 벚꽃은 갑자기 폈다가 지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 밤 벚꽃 구경을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신문에는 곳곳의 傷春의 장소와 꽃축제를 알리는 기사를 쏟아낸다. 이런 기사를 활용하여 주말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내일 오후부터 빗님이 오신다니 길거리에는 꽃잎이 뒤덮여 봄을 즐겨보려는 마음이 안타까움으로 변해 부풀은 가슴이 메어오지 않을까? 봄하면 역시 꽃소식이 으뜸이지만 그에 버금가는 봄비도 한껏 부풀은 우리를 차분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느끼게 한다. 봄비가 내리는 날 아파트 거실에서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의 장면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곡 1번이나 영화 금지된 장난에 나오는 로망스(스페인 기타리스트 안토니오 루비다의 연주곡)나 우리나라 영화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에서 나오는 로망스(유키 구라모토의 첼로곡)를 들으면서 창밖의 빗줄기를 보며 산등성이 숲에 파랗게 묻어나는 연초록의 색깔과 아파트 화단에 핀 백목련 꽃잎에
박재형 작 기분이 우울해지나요? 마음이 아픈가요? 노년의 나이 65세가 되면 아무일도 아닌 그냥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가겠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쁨과 슬픔의 다리를 건너고 흔들리며 춤추는 나이......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를 돌아다볼 겨를 없이 그냥 살기 바빳고 그렇게 사는 것이 최선인 줄 알면서 달려 온 세월 이젠 멈춰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멈추려고 애를 써 보면 애를 쓸수록 더 빨리 달리는 듯 싶은 시간은 이미 65세의 나이가 되어 버렸다...... 허무하고 마음은 마냥 씁쓸하고 내가 누군가 물어보니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술 한잔에 마음을 달래보지만 정신은 더 또렷해지고 아마 내가 아는 친구만이 그런 세월이 같이 있었겠지! 어느날 우연히 지나던 길에 어릴 적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를 본 순간 시간을 뛰어 넘어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고 아무 생각 없이 가깝게 느껴지고 끌어들여지는 묘한 감정, 순수를 가장한 설레임으로 변해서 아마도 친구 눈에 비친 그 친구가 그냥 세월을 뛰어넘어 마냥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도 있겠지. 조금은 어리석고 바보같은 순수였을 지 모르지만 그런데 어쩌겠어? 어차피 우연히 마주친 그런 사람이 아니고 어쩌면 꼭 만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