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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논평

대한민국 언론은 과연 공정한가?

"언론의 공정성과 ‘미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

지난 4월 24일 미국 보수성향의 폭스뉴스(Fox News)의 간판 앵커 터커 칼슨(Tucker Carlson)과 민주당 지지 대표 채널인 CNN에서 자극적 단어로 트럼프를 공격해온 간판 앵커 돈 레몬(Don Lemon)이 각각 회사를 떠났다. 트럼프를 위해 막말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던 터커 칼슨은 그의 2020년 대선 선거부정 주장으로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회사에게 1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주게 된 책임으로 물러나게 됐다. 그는 백인우월주의 의식으로 진보진영을 공격하며 인기를 끌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푸틴을 지지하며 나토(NATO) 동맹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난했다. 

 

트럼프를 극렬하게 공격해온 CNN의 스타 앵커 돈 레몬은 편파 방송과 성차별 발언 등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를 비난하면서 진보 색채와 ‘정치적 올바름’(PC)을 내세우며 상대에게 험한 말을 일삼았다. 그는 공화당 대선주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비난하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여성계의 CNN 보이콧을 초래했고, 바이든 대통령과 첫 흑인 부통령 당선을 보도하며 눈물을 흘릴 만큼 공개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냈었다. 

 

"언론은 공정한가? "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보도를 진실로 믿으며, 언론보도를 잣대로 세상을 이해, 판단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된다. 언론이 한 사람의 세계관과 가치관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언론은 공공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요소이며, 언론이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자율적인 언론은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서 보도해야 하며, 이것이 언론 공정성의 충분조건이다. 

 

정부의 검열이나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소유, 운영되는 언론매체를 자유언론이라 한다. 기업형 자유언론의 소유주나 뉴스 제작자들의 가치관과 보도 시각은 언론의 공공성, 공정성,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과연 자유언론의 보도들은 공정한가? 미국의 폭스뉴스와 CNN 스타 앵커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도 내용은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우리 국민들은 국내 언론매체가 정부에 대한 감시·비판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또한 특정 이념집단이나 정파를 대변하는 파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기 보다 갈등에 편승하여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인식이 강하다.

 

"언론의 기능과 역할"

언론은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 정부의 통치행위와 사회를 감시하는(watchdog)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공생적 관계가 아닌 비판적, 경쟁적 관계로 통치권력을 감시, 견제,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언론이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기관이나 조직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윤리가 요구된다. 언론은 대중에게 알릴 것과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할 의제설정(agenda-setting)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언론매체(news media) 내에서 뉴스결정권자에 의해 뉴스가 취사선택 되는 과정을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 한다. 언론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이념적 성향, 교육수준, 가치관, 성장배경, 조직 내 직급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소유구조, 가치, 규범과 전통 등이 뉴스의 선택, 거부, 편집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언론이 거대한 기업(군)이 된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대중매체의 상업주의 또한 게이트키핑에 영향을 주게 된다. 상업주의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센세이셔널리즘(sensationalism: 선정주의)이 널리 이용된다. 센세이셔널리즘은 선정적, 폭력적, 흥미 본위의 기사로 인간의 정서적 감정을 자극하는 보도를 말하며, 언론(인)의 특종 욕심도 함께 작용한다.

 

사회의 거대권력이 된 언론은 더 많은 독자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한다. 언론권력과 정치권력이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야합하면서 '권언유착(權言癒着)'이란 말도 생겨났다. TV방송은 스포츠, 오락, 연예 프로들을 강화함으로써 시청률을 높이고 대중(뉴스소비자)의 사회적·정치적 관심과 불만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언론의 프레이밍 전략"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 가치관, 선입견, 관심과 관점 등의 틀에 따라 판단하고 이해한다. 사람들이 정치·사회적 이슈나 현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또는 사건과 사실의 관계 등을 정하는 직관적 틀을 프레임(frame)이라 한다. 어떤 이슈나 사건에 대해 수사학(修辭學)적 기법과 사실의 선택적 보도, 선택적 의미 부여 등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가치관을 바꾸는 기법 또는 그 과정을 프레이밍(framing)이라 한다. 그리고 제시되는 틀(frame)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개인의 판단, 인식, 의사결정 등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 한다.

 

언론매체(news media)는 어떤 사건이나 이슈를 보도할 때 프레이밍을 일상적으로 활용한다. 언론매체가 어떠한 이슈나 사건을 취재, 보도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프레임을 이용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뉴스를 해석하고 여론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미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이라 한다. 언론매체는 뉴스의 취재, 보도 과정에서 특정 상항을 선택(selection), 강조(salience), 또는 무시(ignorance)하는 프레이밍 전략을 통해 여론형성에 관여하게 된다.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에 따르면, 정치에서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하여 대중의 사고(思考)의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반대측에서 이런 사실을 반박하는 노력들은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시켜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왜곡된 프레이밍 사례"

의사가 암 수술을 앞둔 두 환자에게 “5년 이상 생존율은 90%인데 제가 수술한 환자 9명 중 5년 이내 사망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그럼 안심하고 수술 받겠습니다”라고 답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그럼 이번 수술 환자는 5년 이내에 사망하겠네요”라며 수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한 환자는 지금까지 수술 받은 환자 모두가 5년 이상 생존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수술 받겠다는 판단이며, 다른 환자는 “90% 생존율이면 10명 중 1명은 5년 내 사망한다는 통계인데 지금까지 9명이 괜찮았으니 10번째 수술환자는 5년 이상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환자는 긍정적, 다른 환자는 부정적 프레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난민 문제를 보도하면서 난민들의 집단 약탈 모습들을 보여주며 이민자 유입에 의한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중점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반면, 해안에 떠밀려온 3세 난민 여아의 시신을 보여주며 인도적 측면의 언어로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할 수도 있다. 언론이 프레이밍 전략을 통해 언론이 바라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좌익, 리버럴을 지칭하는 ‘진보(progressive)’와 ‘보수(conservative)’라는 단어의 경우, ‘진보’라는 용어의 진취적, 발전적 뉘앙스 때문에 ‘보수’는 본래의 뜻과 상관없이 기득권 고수, 후진적이라는 뉘앙스로 인식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좌익진영이 ‘진보’라는 긍정적 용어를 선점한 결과 우파진영에 대해 ‘수구’, ‘꼴통’, ‘틀딱’ 등의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기 쉽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

대부분의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는 신문이나 방송 뉴스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언론사는 프레이밍을 통해 자신들의 이념이나 가치관, 정치적 관점에 부합하는 기사를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언론사가 특정 이슈에 대해 독자나 시청자의 시각을 언론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거나 반응하도록 스토리의 틀을 잡는 것이 미디어 프레이밍이다. 

 

대중(뉴스소비자)은 ‘보도 내용을 사실에 입각해서 객관적으로 듣지 않고 자신의 행동양식에 따른 고정관념에 따라 듣는다(Walter Lippmann, 1889-1974)’고 한다. 대중은 의제설정(agenda-setting) 및 언어와 어휘 선정 등을 통한 언론사의 프레이밍(framing)에 의해 특정 이슈에 대한 인식과 판단에 영향을 받게 된다. 언어는 우리가 주변 세계를 이해하거나 뉴스를 통해 특정 이슈를 이해하는 ‘인지 프레임워크’(cognitive framework)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테러’라는 용어 사용을 예로 들면, 미국에서 살상사건의 가해자가 무슬림이나 외국인인 경우 가해자가 미국시민이거나 백인인 경우보다 ‘테러’라는 용어로 보도되는 사례가 훨씬 많고, 더 많은 양의 보도에 노출된다고 한다. 2017년 미국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9/11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모든 테러사건 중 외국 태생 무슬림에 의한 공격은 5%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의 ‘테러’라는 용어 남발과 불공정한 보도로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각인되는 것이다.

 

방송매체의 경우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나오는 핵심 단어나 슬로건 위주로 기억하게 되어 문제의 핵심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미디어 프레이밍은 미디어가 특정 목적에 따라 여론을 왜곡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논란과 함께 미디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좌우진영 갈등과 프레이밍"

프레이밍 효과는 정치 캠페인은 물론 사회적 문제나 기업의 의사결정,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좌우진영간의 대립에서 선전, 선동에 능한 좌익진영은 용어선점을 통한 프레이밍에서 우파진영을 압도한다. ‘거짓말도 반복적으로 계속하면 진실이 된다(TBR: truth-by-repetition)’라는 말도 있듯이 좌익진영은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용어와 구호를 선점하여 지속적, 반복적인 선전, 선동을 통해 대중을 포섭하는 것이다. 진보, 민족, 통일, 자주 등의 용어도 좌익진영이 선점한 강력한 프레이밍 도구이다.

 

최근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 행태를 살펴보면,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 전후에 국내 언론에 “일제가 파묻은 ‘임금의 길’ 100년만에 빛을 보다”(MBC), “'월대 훼손' 광화문 앞 일제강점기 철로”(MBN) 등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광화문에 전차길이 있었던 건 예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고, 1968년에 전차가 사라지기 전까지 현재 60대 중반 이상의 시민들 중 당시에 전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도 많다. 지난해 4월에는 ‘전찻길 따라 시공간을 잇는 서울 역사”라는 행사까지 있었다. 언론이 그런 사실은 덮고 마치 새로운 발견이나 한 듯한 보도로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한일정상회담의 성과를 물타기 하는 것이다. 

 

더구나 도심을 운행하는 전차가 다니는 ‘전차길’이란 용어 대신 육중한 기차가 다니는 길을 연상시키는 ‘철로’나 ‘철길’이란 용어를 쓴 것부터 의도적인 프레이밍이다. 서울 전차는 일제 강점 이전인 1899년부터 운행이 시작되었고, 광화문 앞 전차길은 일제 강점 이후 ‘총독부전(중앙청앞)’ 정거장을 오가던 전차길이다. 그리고 1927년 조선총독부 건물 준공으로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졌던 광화문이 1차 복원된 건 서울 전차가 운행을 종료한 1968년이다. 

 

KBS가 한일정상회담 직후 저녁 뉴스에 박진 외교부장관을 초청한 대담 프로 제목을 ‘한일회담 후폭풍’이라고 붙인 것도 ‘후폭풍’의 부정적 의미를 이용한 프레이밍이다. 야당이 정부의 노동시간 개혁안을 ‘69시간 근로제’로 낙인 찍고 "대통령은 칼퇴근, 근로자는 과로사"라는 구호를 만들어낸 것이나, 한일정상회담 직후의 “대통령은 오무라이스 만찬, 국민은 방사능 밥상”이라는 구호도 ‘광우병’ 선동과 같은 부류의 프레이밍이다. 

 

"언론은 공정하지 않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언론으로부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보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KBS, MBC, EBS는 공영방송(公營放送)이다. 공영방송은 국가나 특정 집단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독립된 운영을 하는 방송이다. 그러나 민노총 언론노조와 진보계 인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이념적, 정파적으로 편향된 방송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어 '노영방송'이라고 불린지 오래다. 우리나라 대중매체들의 미디어 프레이밍은 이념적, 정파적 목적을 근간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중이 대중매체의 보도를 통해 세상사를 바르고 공정하게 파악하고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SNS를 통해 유포되는 수많은 정보나 유튜브 뉴스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언론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언론이 중요한 미디어로 급성장하면서 2011년 기존 언론의 '윤리강령'과 유사한 '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 제정되었고, 2012년 '인터넷신문위원회(INC)도 설립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의 기술적 속성으로 개인의 인격권 침해 등의 문제 발생에 취약한 면이 있다. 

 

신문구독자나 방송시청자는 뉴스소비자의 입장에서 언론매체들을 통해 보고 듣는 뉴스를 항상 비판적 자세로 평가하고 소화해야 한다. 언론사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사실이 과연 진실인지, 자신의 선택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 자신의 생각이 과연 애국적인 것인지 등을 다양한 각도로 확인하는 과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