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검푸른 숲, 여름 가득 비릿한 향
어둔 그림자는 햇살을 쫒는다.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높은 가지를 향해 하늘을 오른다.
지난 날 나목으로 자리를 지키며
내 안으로 치닫던 고독의 시간이 갔지만,
거침없는 푸른 빛을 발하는 숲길은
또 다른 적막감에 잠긴다.
깊은 골짜기, 뻐꾹기 울음에 불안하고
무더위에 지쳐 삼키는 매미소리와
제자리를 도는 잠자리가 정오를 지킨다.
귓전에 들리는 물소리에 발목잡힌 생각,
바위를 가르는 물색에
더 없이 좋은 여름 숲의 기억이
꿈꾸 듯 깨어 숲속 푸른 빛의 열정을
다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