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다.
머물러 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다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돌아보지 않고 홀연히 가버린다.
가지끝에 매달린 잎새
긴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깊은 곳에 닿았다.
낙엽진 계곡의 물소리는 깊어가고
바람은 차가운데 외로운 마음 홀로 서
지난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기에
더 낮은 곳을 향하리란
내 생각의 씨를 뿌린다.
계절이 오가는 길목
머물 수 없는 기다림
잊지는 않았다고
떠나기 전에 전해야 하는데
세월에 바래버린 은빛사랑
낙엽에 묻어두고 가을은 그렇게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