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얼마나 보고팠던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이 추운 겨울 아득한 만남이 이루어 지는 첫눈.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길 속에도, 어른의 깊은
슬픔의 눈동자 속에도 사뿐이 내려안는 희망이다.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첫눈의 감회는 마음껏
한없이 노래할 수는 없지만 겨울 오래도록 이어간다.
첫눈 내리는 날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길로 나가 포근히 안겨드는
그들을 받아 가슴 속 깊이 스며들도록 여기 저기,
이산 저산에 말하여 줍니다.
그리고 첫눈의 사랑은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다.
瑞雪(서설)로 내리는 축복의 눈, 하얀 웃음꽃이 내리는
첫눈은 사랑이다.
그대를 향해 열려있는 마음의 길을 따라 저멀리
세상 끝까지 아주 천천히 걸어본다.
가다보면 그대 마음이 불빛으로 새어나오는
아담한 창문의 카페에서 두근거리는 손길로
또 한 세상의 문을 열고,미소도 고운 불빛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장작 난로가 귓불 간지럽게 더운 숨결을 훈훈하게 껴안는 동안
지나온 삶은 하얀 세상의 경이로운 정경만 보게 되리라.
내리는 눈은 또 지난 세월을 잘 가라며,
엇갈린 세상을 접고 또 접어 동면하는 삼라만상 돌아보면
모두 피폐하고 쓸쓸하고 허전하다.
하얀 눈송이는 가난한 마음 위로 맑은 꽃으로 피어나고,
쌓이는 그리움이 폭포처럼 내리게한다.
하얀 눈송이는 전화가 올 것 같은 설렘이 인다.
첫눈의 기쁜 소식을 전하여 그대의 마음을 붙잡고 싶으나
아직 너의 눈길이 먼 곳에 있기에 씁쓸한 눈발만 흩어져 내린다.
이제 추위에 떨고 있는 상한 가슴을 어루만지며
연기처럼 하늘로 땅으로 피어올라 가루가 된 소망이
다시모여 쌓이는 여기 끝모를 深淵(심연)의 첫눈은
아름답다 못해 신비롭다.
낯선 거리를 떠다니다가 한아름 맞이하는 축제의 등불처럼
꽃잎 지듯 날아앉아 풍요로운 세상을 보게하니까!
첫눈이 오는 날
입김만으로도 따뜻해지고 싶다.
잠결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내다볼 때
첫눈이 되어 내리면 좋겠다.
반색하며 기뻐하는 너를 위해 이 세상 어디라도 쌓일 수 있는
첫눈이라 좋다.
눈이 그치고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가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 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자꾸만 휑하니 비어오는 내마음에 함박눈이
쌓이 듯 네가 쌓이고 있어서일까!
이렇듯 우리에게 첫눈은 지난날의 첫사랑이고,
기다림이고, 그리움으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