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에서 발간한 '제23대 정근식 교육감 공약추진위원회 백서'를 살펴보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꿈잼교실(초1-2학년), 우리가 꿈꾸는 교실(초3-6학년) 사업을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2021학년도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던 사업으로, 현재 예술감성/문학감성/창의지성/자연감성/시민감성 교육의 다섯 가지 분류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초등교육에서 '꿈'은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목표를 설정하도록 격려하는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발달 특성과 한국 교육의 맥락을 고려할 때, '꿈'이라는 용어와 그 교육적 접근이 적절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 발달 이론,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 그리고 알프레드 애들러(Alfred Adler) 등에 따르면, 사람은 유년 시절에는 자기중심적 사고나 주변 환경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국한되어 있고, 청소년기 이후부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집단-지역-사회-국가-세계-우주 등으로 확장된다. 이와 같은 생애에 걸친 특질에 비추어 볼 때, 초등학생은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인 발달 단계에 있으며, 이 시기에 '꿈'을 강요하는 것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자기 개념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또한, 아직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꿈'이라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압박은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꿈을 강요받는 느낌'이 아이들에게 불안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으며, 오히려 자기 탐색을 저해할 수도 있다.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에릭슨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자신의 흥미와 능력을 탐구하며 사회적 인정 욕구가 중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꿈'을 설정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교육과정은 초등학생들에게 이상을 그리게 하기보다는 자기 이해 중심 활동("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나는 어떤 걸 좋아할까요?", "나는 어떤 걸 잘할까요?")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기 탐구를 유도하고 다양한 산업 및 직업군을 접할 수 있는 체험형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특정 직업이나 진로에 대한 편향을 피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현재를 즐기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압박 없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꿈'을 강요하기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발달 속도와 흥미를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동작관악지원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꿈잼교실 관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꿈잼교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꿈을 직접적으로 강요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라는 용어 사용 자체에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꿈을 설정하기 위한 충분조건인 성격, 흥미, 적성 등 자기 이해에 대한 주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으며, 다수의 수업이 진로적성 주제와는 전혀 동떨어진 텃밭 가꾸기 등 시골 생활을 간접 체험하는 생태전환 교육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꿈'이라는 용어와 결부시켜 운영하기에 부적절한 접근 방식이다.
초등교육은 '꿈'을 강조하기보다는, 학생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스스로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탐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전 단계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 방향이 될 것이다. 학생들의 개별적인 성장과 탐색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초등교육의 방향성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