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일동이 24일 '연세대의 ‘미운오리새끼’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고, 언론과 정치권의 집단 혐오를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부착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발전사회학> 수업에서 매춘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존재한다는 설명을 했고, 이에 대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말한 것이 녹음된 후 유출되어 논란이 되었다. 이후 연세대 총학생회와 여야 정치권은 류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에 류 교수는 23일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일부 학생들이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수강생들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 번 해 볼래요?”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이 발언은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이 절대 아닙니다. 차별을 위한 혐오발언도 전혀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4일 연세대에서는, 류 교수의 입장문을 비판하면서도 연세대 총학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과 언론의 마녀사냥까지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서는 류 교수가 해명한 것에 대해 "화자의 의도가 없었다고 한들 해당 발언은 수용자와 제3자의 관점에서 그러한 의미로 읽힐 여지가 충분했다"며 "류 교수는 당사자인 해당 학우에게 빠른 시일 내 진심 어린 태도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 했다.

 

동시에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정치적 파면"이라 비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23일 “류 교수가 위안부에 대한 학문적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 것에 대해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앞장서지 못할망정 섣부른 정치적 판단으로 학자의 주체성을 침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은 해당 학우에 대한 문제의 발언이 아닌 류 교수의 강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였다"며 "그로 인해 이 문제의 본질은 부차적인 것으로 비춰지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은 류 교수가 과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했던 이력을 내세우며 정치 공세를 퍼붓는다"고 하면서 이를 "그(류 교수)의 학자로서의 삶을 모조리 짓밟는 반민주적 우(愚)"라 비판했다.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류 교수는 해당 문제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인 해당 학우에게 진심 어린 태도로 사과"하는 것과 "류 교수를 정치적으로 파면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는 언론과 정치권을 강력 규탄하며, 학교 당국은 류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기를 요구했다. 아래는 연세대 대자보 전문이다.

 

대자보 전문

 

연세대의 ‘미운오리새끼’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고, 언론과 정치권의 집단 혐오를 강력 규탄한다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우리의 의견을 개진하기 이전에 이 사태의 본질 - 지난 19일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발전사회학> 수업에서 논란이 되었던 류 교수의 발언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해볼래요?” (2019년 9월 19일 <발전사회학> 강의 녹취록) - 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명확히 하는 바이다. 해당 발언에 대하여 류 교수는 23일 입장문 전문에서 해당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화자의 의도가 없었다고 한들 해당 발언은 수용자와 제3자의 관점에서 그러한 의미로 읽힐 여지가 충분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당시 수업에서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을 학우의 감정에 심히 공감하고 위로하는 바이다. 때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류 교수는 당사자인 해당 학우에게 빠른 시일 내 진심 어린 태도로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권리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보장하고 존중해야 할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류 교수는 사회적, 도덕적 지탄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해당 발언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류 교수에게 해당 학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이 사태의 본질이 앞서 밝힌 류 교수의 해당 학우에 대한 발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보도(2019. 09. 21)한 프레시안을 비롯 주요 언론사에서는 강의 내용을 맥락없이 부분 발췌하여 헤드라인을 작성하는가 하 면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였다. 언론은 해당 학우에 대한 문제의 발언이 아닌 류 교수의 강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였고 그로 인해 이 문제의 본질은 부차적인 것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22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학문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학에서의 연구 내용과 과제에 대하여 그 어떠한 이유로 외부에 의해 감히 제한될 수 없음을 최고법으로써 명시하는 것이다. 학문의 자유의 주체성이 온전히 인정되고 존중되어야만 비로소 진리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투쟁과 진전이 가능하다. 이는 집단으로서의 대학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학자와 그의 연구를 끝까지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연세대학교는 문학의 영역에서 고립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마광수 교수를 지키지 못한 원죄가 있기에 이러한 책임 의식에 더욱 엄중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작금의 상황이 그것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개탄하는 바이다. 특히 총학생회는 “류 교수가 위안부에 대한 학문적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총학생회장 발언, 23일 뉴시스 보도)”며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앞장서지 못할망정 섣부른 정치적 판단으로 학자의 주체성을 침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은 류 교수가 과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했던 이력을 내세우며 정치 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일본의 극우 세력과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매도하여 그의 학자로서의 삶을 모조리 짓밟는 반민주적 우를 범하고 있다.

 

독립적 주체성을 인정받아야 할 학문적 영역을 별개의 사안과 분리하지 못한 정치 세력이 언론을 등에 업 고 이를 특정 정치 프레임으로 보도한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에 학자가 서 있을 자리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학자의 견해가 대중들의 정서와 다를 수 있고, 통시적으로 용인되는 수준과 학계의 논의 사이에 불가피한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대학은 학자와 그의 연구를 끝까지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 것이다. 류 교수의 해당 학우에 대한 문제 발언은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과연 최근의 언론과 정치세력의 행태를 고려한다면 온전히 그것만을 이유 삼아 류 교수를 비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해당 학우로부터 제보받은 언론이 그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문제 제기에 심각성을 느끼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치권은 류 교수의 (문제 발언 외의) 수업 내용과 연구 업적을 더 이상 정치적 문제로 환원하는 반민주주의적 작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우리는 아래와 같이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1. 류 교수는 해당 문제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인 해당 학우에게 진심 어린 태도로 사과하라.

 

2. 류 교수를 정치적으로 파면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는 언론과 정치권을 강력 규탄하며, 학교 당국은 류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라.

 

2019년 9월 24일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