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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입시 논쟁, "대학교육의 본질 간과하지 말아야"

'수시냐 정시냐' 단순논쟁 만으로 해결책 어려워

지난 11일 서울교총회관 강당에서는 자유한국당 저스티스리그에서 개최한 '공정 세상을 위한 청진기 투어'의 일환으로 정시확대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행사가 있었다. 황교안 당 대표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도가 높아 보였다.

 

초청된 발언자는 주로 일반시민과 청년들이었고 정시확대를 통해 대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목소리였다. 전문가로는 유일하게 중부대 안선회 교수의 발언이 눈에 띄었다. 안 교수는 "단순히 '정시확대'만을 주장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헤게모니를 빼앗아 갈 수 있다"며, "한국당이 정책을 다각적으로 보완하여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필자도 교육시민단체의 활동 전문가의 한사람으로 초청을 받아 이날 발언에 나섰다. 유감스럽게도 대입시 논의에 대학 당국의 목소리는 없었다. 필자를 초청한 관계자는 평소 대학의 자율을 주장해온 우리 단체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를 바란 듯했다. 발언에 나선 대부분의 시민들이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수시냐 정시냐’라는 논란은 대학의 역할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터를 잡아 논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 이런 식의 단순논쟁은 대학입시제도를 희화화하고 다분히 진영대결 또는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영향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당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이날 발언은 3분 이내에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긴 설명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필자는 약 5분 정도로 발언을 요약했다. 이날 발언을 중심으로 간결하게나마 입시논쟁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학입시제도 논쟁에서 대원칙이 있어야 한다면...

 

물론, 필자는 한국당의 정시확대 주장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수시냐 정시냐'의 논쟁 만으로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에 닥쳐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대부분 대입시 논의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공정한 평가에 의해 대학에 잘 들어갈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보통교육과 달라서 대학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학생을 뽑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이나 교육기본법에 의해 보장된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보통교육만으로 충분히 잘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보통교육에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여하튼 우리는 보통교육이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라는 목표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보통교육에 관한 문제라면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우선하겠다는 주장이나 논리를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에 대하여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모든 국민을 대학에 보내지는 않는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학이 어떻게 하면 좋은 학생을 뽑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수시냐 정시냐?

 

위와같은 대원칙을 상기하자면 ‘수시냐 정시냐’라는 단순논쟁은 대학입시에서 근시안적이고 주변적인 논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먼저 정시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국당에서 주장하는 정시 확대는 곧 수능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능’이라는 시험제도가 교육적으로 안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수능 시험제도의 교육적인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은 교육전문가에 의해 지적되어 왔기 때문에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수시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학에 선발자율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자유주의 우파가 지지해야할 제도이다. 미국처럼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사회문화적인 특성으로 인해 부작용을 노정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예로 들자면 전적으로 대학당국의 양심에 맡기는 제도라는 점이다. 만약 대학구성원 중 누구라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들면 특혜나 비리를 막을 길이 없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그 끝판을 보았다.

 

이처럼 ‘수시냐 정시냐’의 단순 논쟁으로는 대학입시제도가 해결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정시확대를 찬성하지만 수능에 의한 정시확대 외에 더 좋은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기회평등학부모연대의 입장

 

학문의 진흥과 학술연구라는 대학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정시의 공정성’과 ‘수시의 대학 선발권의 자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대학에 자체 시험을 보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대학은 학생선발에 있어서 전형자료의 부족을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시는 수능의 변별력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고, 수시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라는 두 가지 서류만으로는 학생의 학업능력을 차별화하여 선발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대학으로 하여금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하고 확실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대안은 대학에 자체시험을 허용하는 것이다.

 

대학마다 자체시험을 보도록 허용하자고 하니까 오해하기 쉬운데, 대학시험을 강제하자는 것이 아니고 허용하자는 것이다. 대학이 필요로 한다면 계열별로 또는 전공별로 특정과목에 대한 자체 시험을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 따라서 학생 모집에 불리하다면 굳이 시험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구술 및 면접이라는 전형을 통해 문제를 풀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편법적으로 시험을 보는 거다. 대학별 자체 시험을 보도록 허용하면 입시에서 특혜나 개인적인 비리 가능성은 사라지고 응시하는 학생의 학업능력은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둘째, 대학에 자체시험을 허용한다는 전제 하에 현행 수능제도를 자격고사로 제도를 변경하여 학생들의 대입시 학습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자.

 

대학의 자체 시험은 계열이나 전공에 따라 1~3개 과목을 치르도록 대학의 결정에 맡긴다면 학생들이 집중해야할 학습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모든 과목에 대한 암기식 학습보다는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가기 위해 필요한 과목에 대한 심층적인 문제해결식 학습에 진력하면 되기 때문이다. 

 

셋째,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회적인 여론에 대해 대학들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자신들을 믿어달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선발에 우수한 제도라는 점을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입학전형별로 대학 4년간 학업성취도 통계를 공개하면 된다. 그럴 수 없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은 폐지되거나 대폭 보완되어야 한다. 짐작컨대 대학별 자체시험을 허용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한두가지 강조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자 한다.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분들의 심정에 공감하는 바이다. 정시를 주장하는 분들은 학업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함에 있어서 시험만큼 좋은 제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국 학생들에게 획일적으로 모든 과목을 시행하는 수능 대신 대학별로 특정과목에 대해 자체 시험제도를 허용하자는 제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여 학습부담을 낮추고 대학별 자체 시험을 허용하게 되면, 첫째, 집중해야할 시험과목이 줄어들고 둘째, 집중해야 할 학습량이 대폭 줄어들고 셋째,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 대신 학생 개인의 능력을 한 분야에 집중케 하고 심층적인 학습능력을 평가받게 할 것이다. 당연히 시험제도이기 때문에 대학 내에서의 특혜소지는 있을 수 없다.

 

대학이 어떻게 좋은 학생을 뽑을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지 학생이 어떻게 학교에 잘 가게 할 것인가는 초·중·고등학교로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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