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야당 국회부의장과 협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만 선임하지 못했다. 이미 3권분립이 무너진 정부에 국회의 분권마저 무너졌다. 여당이 17개 상임위 독식 후 벌일 법안 폭주는 기업활동 위축, 일방적 북한 지원 및 5.18, 세월호 등에 대한 표현의 자유 억압 등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이러한 여당의 안하무인의 독재에 대해 제1야당 원내대표가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갈 바를 모르겠다”니 국민주권을 야당에 위임한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 것인가!
야당이 전권을 여당에게 맡겨버리고 나중에 여당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건 대의민주정치의 정도(正道)도 아닐뿐더러 야당의원들을 뽑아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배신행위다.
정당은 대의민주주의 정치의 주춧돌이다. 공통의 가치와 정치적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 유지하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된 단체이며, 민의를 위임 받아 여야의 협력과 견제로 입법을 통해 국가의 틀을 짜고 행정부를 지원하고 견제하는 의회정치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요즘 미래통합당의 모습을 보면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파정당이 맞는지,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정권을 획득할 의지와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 절대다수 여당의 입법 독주는 견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야당이 여당과 정부를 공격할 이슈가 차고 넘치는데도 엉거주춤 침묵하는 미래통합당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도전자의 입장에 있는 야당보다 오히려 여당이 더 도전적, 공격적이다.
미래통합당의 수수방관 속에 드루킹 사건, 울산시장선거 개입, 조국과 정경심 사건, 윤미향 사건, 추미애 법무장관의 독선 등의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대법관 전원이 유죄로 인정한 ‘한명숙 사건’을 다시 들고 일어나는 판이다. 여당과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 강행, 헌법기관과 행정부 산하 위원회의 여당 추천 몫 확대 등 1당 독재를 굳히겠다는 기세다. 정부가 거짓과 쇼로 국민을 우롱하며 안보와 경제를 침몰시켜도 속수무책인 현실이다.
지난 6월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공청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5.18 역사왜곡 금지법안’ 처리를 위해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 국회의원 주재로 개최된 공청회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신동국 목사(예비역중위, 5.18 당시 전남도청 앞에 투입되었던 11공수 6지대장)의 발언 도중 "북한 특수군이 온 것은 100% 확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5.18 목사’로 불리는 신 목사는 공청회 참석자들의 폭언과 폭력으로 회의장에서 끌려나갔다. 이어 우파 성향의 유튜버들도 강압에 의해 회의장에서 쫓겨나갔다.
다른 의견을 듣기조차 거부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공청회가 공청회인가? 말이 공청회이지 5.18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여당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명분 쌓기 모임이었던 셈이다. 이날 폭행을 당하며 쫓겨난 신 목사 등은 지난 6월 24일 이석형 의원을 포함한 8명을 ‘특수폭행치상’ 등의 사유로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런 사실들에 대해 언론이나 미래통합당은 입을 다물고 있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기레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래통합당이 과연 우파 제1야당인지 의문이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4.15총선 때도 중도층 흡수 운운하며 이념대결에서조차 한발짝 물러서서 우파시민단체들을 ‘극우’로 몰며 우파진영의 분노를 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5월16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민주, 인권, 평화의 숭고한 오월정신은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를 향한 보편 가치로 정립됐다"고 했다. 이어서 '5.18 망언'을 사과하며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의 법정단체화 및 '5.18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 처리 등을 지원하겠다면서 극우세력과 선을 긋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또한 4.15총선 직후 우파진영은 물론 해외 언론과 전문가 그룹들까지 선거부정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도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기는커녕 오히려 ‘선거부정’은 없었다는 입장을 서둘러 표명했다. 국민들은 미래통합당의 진의가 무엇이던 그들을 비난할 수밖에 없다.
금권선거든 투개표조작이든 선거부정 문제는 단지 정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권 언론들이 선거부정 의혹 보도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음은 인정한다 치더라도 야당이 서둘러 나서서 선거부정 의혹 제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납득할 수 없는 망동이다. 우선, 미래통합당이 선거부정 의혹을 외치는 우파시민단체들을 또다시 ‘극우’로 내몰 것인지 묻고 싶다.
미래통합당이 광화문 이승만광장을 메웠던 '태극기시민단체'를 ‘극우’로 몰아 등지고 나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태극기 들고 청와대 앞으로 몰려간 군중들이 ‘극우’란 말인가? 4.15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군중들이 ‘극우’란 말인가?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공청회에서 쫓겨나온 사람들이 ‘극우”란 말인가?
미래통합당은 애국 우파진영에 대해 ‘극우’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라!
‘극우’를 말하려면 60년전 일본에서 국회합동연설회 도중 아사누마 이네지로 (浅沼稲次郎) 사회당 당수가 17세의 고교생 야마구치 오토야(山口二矢)에 의해 일본도로 살해당한 사건을 기억하라!. 야마구치 오토야는 수감 20일 만인 1960년 11월 2일 감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 사건 당시 야마구치 오토야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종이쪽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너, 아사누마 이네지로는 일본의 적화를 도모하고 있다. 나는 너 개인에게 원한은 없으나, 사회당의 지도적 입장에 있는 자로서의 책임과, 중공(中共)방문 시의 폭언과 국회 난입의 직접적 선동자로서의 책임을 물어, 너를 용서할 수 없다! 여기 이곳에서 나는 너에게 천벌(天罰)을 내린다……”
우리나라에 '극우'나 '극좌'가 존재하는가? 우리나라의 우익은 남의 목숨을 빼앗거나 자신의 목숨을 버릴 만큼 '극단적', '조직적', '희생적'이지 않다. 좌익의 '거사(擧事)' 또한 고성방가나 화염병과 죽창을 휘두르는 '폭력배' 수준이거나, 갓 30된 국회의원이 할아버지뻘의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호통쳐대거나, 국회 기물을 파괴하거나 국회회의장에 최루탄을 투척하는 '망나니' 수준이 고작이다.
최근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새롭게 연주된다는 소개와 함께 연주된 애국가 서주(序奏)는 북한 애국가 서주와 구분할 수 없을만큼 같았다. 편곡(?)을 맡았던 KBS교향학단이 “절대 북한 노래를 참고한 게 아니다”라며 해명했지만 이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이런 꼴이니 그저 오비이락이라 해야 할까? ‘시절이 하 수상하니’ 별일이 다 생긴다.
미래통합당은 “그래도 제1야당을 밀어줘야지”라며 짝사랑했던 애국 우파시민을 ‘극우’ 타령으로 모욕하지 말고, 우파 제1야당이 할 일이 무엇인지부터 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
<객원 논설위원: 이철영 - (재)굿소사이어티 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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