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저출산 문제를 세법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하였다. 이래는 이날 발표한 논평 전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는 저출산 문제다. 작년에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0.78명이었는데 올해는 0.78명마저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가 전국 145개교라고 한다.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332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는데도 사정이 이렇다. 지금은,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정책에서 사회적 가치가 충돌할 경우 저출산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시점이다.
충돌하는 사회적 가치를 아울러서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등의 한가로운 얘기를 해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금을 매길 때 하나의 가치 축인 공평과세원칙의 의미도 저출산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새롭게 봐야 할 때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부응할 몇가지 세법 개정 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홀벌이 부부에게 불리한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아내가 집에서 가사를 전담했다 하더라도 남편이 벌은 소득은 혼인 기간 중 부부가 공동으로 벌은 소득으로 보아 우리 민법은 이혼할 경우 아내에게 남편 명의로 된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아내가 이렇게 재산분할로 취득하는 재산은 자기 재산을 찾아 온 것으로 보아 증여세도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년 소득세를 과세할 때는 남편이 벌은 소득은 남편 혼자 벌었지 부부가 공동으로 벌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연간 150만원의 배우자 공제를 해 주지만 기본적으로는 남편 혼자서 번 소득으로 보아 과세한다. 이것을 미국과 같이 부부합산방식과 부부별산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 과세표준이 높으면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율 체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남편이 번 소득(6천만원)과 아내가 번 소득(5천만원)을 합한 1억1천만원에서 각종 공제를 한 후 산출된 과세표준이 1억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2(부부)로 나눈 5천만원의 과세표준에 해당 소득세율을 곱한 산출세액에 다시 2를 곱하여 부부가 부담할 소득세를 납부하는 방식(부부합산방식=2분2승법)을 선택하거나 지금과 같이 부부 각자가 자신이 번 소득에 대하여 따로 세부담을 하는 방식(부부별산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사를 전담하는 아내가 있는 경우 남편의 소득(과세표준)이 1억원이라면 그 1억원을 부부가 공동으로 벌은 것으로 보아 2로 나눈 5천만원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산출된 세액에 다시 2를 곱하여 부담세액을 계산하면 세부담이 지금(지방소득세를 합하여 2151만6천원)보다 훨씬 줄어든다(지방소득세를 합하여 1372만8천원). 남편이 번 소득 1억원을 아내와 함께 벌었다는 것이므로 민법에서 이혼할 때 아내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취지의 소득세법이 된다.
둘째, ‘가족승계 증여공제제도’와 ‘가족승계 상속공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업을 가업승계하면 최고 600억원까지는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가업승계 목적으로 증여를 할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는 증여세를 10%(60억원 초과분은 20%)만 과세한다. 기업을 자녀가 승계하면 이렇게 상속세와 증여세를 매길 때 우대한다. 자녀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가족이 승계되지 않는다.
가업승계에 대하여 상속세와 증여세를 과세할 때 우대하듯이 가족이 승계될 수 있는 손자녀를 낳은 경우 과세상 우대해 줘야 한다. 그 방안으로는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증여를 하면 일정금액(예: 10억원)까지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고(가족승계 증여공제제도),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유언을 통하여 재산을 물려주면(유증하면) 일정금액까지는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가족승계 상속공제제도).
현재 우리나라는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증여를 하면 증여세를 30%(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면 40%) 할증과세하는데, 오히려 상속세와 증여세를 매길 때 조부모가 자녀에게 손자녀를 많이 낳게 유도할 수 있도록 세제상 우대하자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손자녀가 일정액 범위 내의 주택을 사는 데에 조부모가 증여하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데, 우리는 이 범위를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셋째, 1세대1주택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있는데,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유자녀 부부 1인1주택제도’를 도입하여 1세대1주택과 똑같은 세제상 혜택을 주어야 한다.
현행 세법은 주택 1채를 각각 보유한 남녀가 결혼하여 1세대2주택이 되면 5년 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에 한하여 1세대 1주택의 혜택을 주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각각 세대를 달리하여 1주택을 보유하면 그 남녀는 각각 1세대1주택의 혜택을 받는다.
결혼했다는 이유로 남녀가 각각 1주택을 보유하면 1세대 2주택자로서 불이익을 받는다. 이러한 과세 제도는 결혼 세대에 대한 차별이다.
따라서 자녀가 있는 부부가 각각 1주택을 보유하면 각각 1세대1주택과 똑같은 혜택을 주는 ‘유자녀 부부 1인1주택제도’를 도입하여 결혼에 따른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자녀를 가진 부부를 우대하도록 해야 한다.이 외에도 결혼하여 1세대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미혼의 경우보다 불리한 각종 세법의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
이 같이 세법을 개정하자고 하면 돈 있는 부자만 유리하여 공평과세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설사 돈 있는 부자에게만 유리하게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하여 해결하려는 것보다 가족 간 증여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손쉽고 국가 재정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시대는 공평과세원칙의 의미도 새롭게 생각해 볼 때다.
2023. 5. 10.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