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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른 가을 아침에

박재형 작
 

어젯밤에 우리집 2층 베란다로 귀뚜라미가 들어왔다. 
쓰르르 쓰르르 소리에 잠이 깨어 거실로 나가보니 
窓(창)이 열려있고 서늘한 寒氣(한기)가 몸을 감싼다. 

순간 가을이 문득 찾아온 것 같고, 
시간이 갑자기 흘러간 것 처럼 세월의 無常(무상)함과 허전함이 
한꺼번에 찾아와 쓸쓸함이 밀려든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엔, 지난 가을 몹시도 계절의 가슴앓이를 하여, 
정작 가을의 秋色(추색)인 파란 하늘과 황금색 들녘, 
산들바람의 아름다운 풍경을 잊어버린 체 가슴에는 
孤獨(고독)만 채우고, 세월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을의 고독은 여름이 뜨겁고 길수록, 
매미 울음소리가 거세고 오랠 수록, 
가을은 문득 다가온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精熱의 기운은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온몸을 얼게한다. 

가을 태양의 시린 햇살은 마음을 어디에 둬야할지, 
초점이 흐리면서 고독으로 다가와 
세상으로 부터 떨어진 外部人(외부인)으로 轉落(전락)하게 한다 . 

한여름날 저녁 붉은 노을 빛에 서풍을 타고 
불어오는 갈바람과 함께 따뜻하고 쓸쓸한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춘다, 

산들바람이 가끔은 내 눈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순간이 오면, 
가을은 나의 가슴을 열어 파란하늘로 물들이게 하고, 
점점 흰구름이 되어 파란하늘을 繡(수)놓고 싶어 진다. 

이처럼 계절이 주는 時空(시공)의 間隔(간격)은 사람들의 
感傷(감상) 간격을 調節(조절)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여  
性向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꾸게 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中年(중년)의 마음속에 가을이 주는 계절 기억은, 
해가 지는 落照(낙조)를 보며 과거 시간의 回想(회상)이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季節(계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삶의 모습을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기에,
낙조를 보며 엷은 미소로 남은 삶을 希望(희망)으로 
사는게 편하지 않을까? 

오늘 아침은 한갓 微物(미물)인 귀뚜라미 한 마리가 
계절의 변화에 어김없이 나타나서 제 位置(위치)를 자리하며 
자연의 循環(순환)에 順應(순응)하는 거스러지 않는 모습이 
내 가슴을 술렁거렸다. 

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을 보며 
올가을의 秋色(추색)을 그려본다. 
계곡물에 떠내려가는 단풍잎과 강가의 갈대소리, 
낙엽타는 냄새, 
희미한 달무리를 띤 보름달빛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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