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아직 초여름인데,
5월부터 비는 장마철처럼 짧게 자주 내린다.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녹음이 짙어진
집 뒷산을 갈 수 없어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음악과 함께 즐긴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란
라디오 다이얼에서 그의 굵고 신뢰감있는 목소리,
클래식 선율은 나의 감성을 두드린다.
혼자만의 시간은 고요함과 편안함의 소리로
나만을 위하는 시간이다.
지금 밖에 비가 내린다.
사람들은 저마다 우산을 쓰고 회색 빛
거리를 쏘다니지만 모두가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나는 가만히 저 빗속에 서서 빗소리 듣고
나의 시간과 공간을 확인하고 싶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면
오던 길도 알 수 없고 가는 길도 알 수 없는
시공간에서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언제나 멈추지 않는 시간,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그리 바쁘게 어디를 향해 달려 가는지?
이미 동네 어귀 개나리는
노란빛으로 활짝 피어 반기는데,
진달래 꽃 꺾어서 오려나, 풀향기 묻혀서 오려나
봄비가 이렇듯 초록빛 그리움을 듬뿍 안고 오는데
아른 아른 내 눈을 어지럽히는 그대의 모습은
끝내 보이질 않구려!
들리나요?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 종일 저렇게
나의 창을 두드리니 당신인가 싶군요!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어떤 연유로
내 마음을 부추켰나요?
축축한 외로움과 눅눅한 그리움,
내 가슴의 보고픔이 되어 내 마음을 한층
조급하게 합니다.
빗소리에 젖어드는 사랑한다는 부드러운 이 말을
아무도 들을 수가 없군요?
초여름 비가 내려서 참 좋습니다!
빗방울이 흩어지고 모습이 보이지 않고
당신이 부르는 소리도 빗소리 때문에 내 귀에
들리지가 않아요!
온통 그리움에 사로잡혀 허둥대며 스치는
얼룩같은 당신과의 지난 기억들이 유리창에 비쳐진
물방울 따라 흘러 내립니다.
내리는 비에 아직 다하지 못한 미련이나 아쉬움,
어제의 한이 남았다면 시린 마음 꺼내어
따스한 빛으로 물들이고 가슴에
소중한 사랑만 담아 그대에게 보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