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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칼럼> 교육부 추진 늘봄학교, 의욕만 앞세우다가 현장의 혼란만 키운다

  윤석열 정부 교육부가 늘봄학교를 추진하면서 교육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홍보하고 있다. 금년에 시행 중인 시범사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언론보도도 많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 14일 '늘봄학교 체육활동 지속 확대'를 약속하면서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늘봄학교 정책 올라타기에 여념이 없다.

기존의 제도는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돌봄교실은 희망하는 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서, 주로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일정 기준의 우선순위를 따라 대상자를 선정했다. 초등학교마다 형편에 따라 학교 당 1개반에서 3개반까지 운영되고 있다. 학교장은 교사자격(유아교육 및 보육교사 자격 포함)을 가진 돌봄전담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여 돌봄교실을 운영해 왔다.

 

방과후교실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해당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해당학교의 교사가 일정보수를 받고 운영할 때도 있고, 외부 전문 용역업체 또는 강사가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는 시행 중인 돌봄교실을 대체하는 늘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늘봄프로그램 개설로 나누어 추진된다. 사실상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존 뼈대는 그대로이다. 다만 늘봄교실은 돌봄교실과 달리 희망자 전원을 수용하겠다는 것이고, 늘봄 프로그램 개설은 희망자 전원에게 무료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영상의 학교 부담을 덜기 위하여 전담실장과 실무사를 배치해 준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9월부터 전체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사실은 무료로 개설되는 늘봄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것일 뿐, 돌봄교실을 대체한다고 했던 희망자 전원에 대한 늘봄교실을 운영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교육부가 계획한 늘봄프로그램의 전면 실시도 용이한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광역단위의 전문기관을 선정하고 해당 지자체에 속한 대학의 산학협력단과 협력 하에 프로그램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9월이 되면 서울시내 608개 초등학교의 희망자 전원을 수용하는 수백가지의 프로그램이 각 학교마다 개설되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프로그램의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희망자 전원을 수용하자면 그에 따르는 프로그램만 준비되는 것으로는 어렵고 지도할 강사와 수용할 교실 등 제반여건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현장의 준비가 철저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늘봄학교를 맡아 운영할 실장과 실무사의 배치조차 일반직으로 할지 전문직으로 할지, 정규직 공무원으로 할지 계약직 공무직으로 할지... 서울시교육청조차 아무 것도 결정되어 있지 못하다. 각급학교는 늘봄프로그램이 들어올 경우 방과후학교는 폐지할 것인지 병행하여 유지할 것인지 아무런 방침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더군다나 서울의 경우 돌봄교실을 대체할 늘봄교실의 운영은 아직 제대로 로드맵 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교육부는 밀어붙이는 중이고 서울시교육청은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셈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늘봄교실이 희망자 전원을 받아들여 돌봄교실을 대체하려는 계획은 당장 1, 2학년조차 시행이 어려운 형편이다. 전담할 교사들을 채용하는 문제나 늘어나는 교실을 확보하는 문제 등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2026년이 되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 전학년에 대한 희망자 전원을 수용하는 늘봄교실과 늘봄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학부모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시행 중인 돌봄학교나 방과후학교를 어떻게 수용하고 통합해 나갈지에 대한 일정별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추진계획이나 보도자료에서는 어떤 정보도 찾아볼 수가 없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추진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홍보에만 치중할 일이 아니다.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기존의 제도를 확대 재편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교육복지를 확대하는 일일 뿐이다. 따라서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를 통해 기존제도 하에서 이미 수많은 강사와 전담교사들이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므로 현장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가며 추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육부는 '늘봄학교'라는 타이틀로 정권홍보에만 치중할 일이 아니고 정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차분하게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