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행정안전부에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를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자체를 비롯해 각 시도교육청들의 홈페이지에서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비공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기, 인천, 부산, 울산을 제외한 13개 교육청이 홈페이지 조직도(또는 기구표)에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한 상태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국민의 공개 청구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 의무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으며, 동법 제9조제1항제6호에서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ㆍ직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기관의 조직도에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하는 것은 정보공개법의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다수의 공무원이 민원 처리에 대한 고충을 안고 있다고는 하지만, 민원공무원 보호가 명목인 만큼 민원부서 인원이 아닌 전체 직원의 명단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해당 조치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시민이 교육청 담당자에게 문의 전화를 하면, 해당 공무원은 관등성명을 한다. 공적 서비스의 업무 담당자로서 책임감을 담보하는 내용이다. 즉, 악성 민원인이 되고자 한다면 홈페이지에서 직원의 이름이 삭제된 것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기관의 민원 전화 돌리기가 오래된 관행 처럼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서, 오히려 이러한 조치는 정상적인 시민의 문의나 민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은 단어 그대로 공무, 즉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공무원은 부당한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지만, 이를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거나 공무원의 책임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정보 공개는 단순히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공공기관의 신뢰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민이 담당 공무원을 직접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반대로, 홈페이지에서 담당 공무원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은 행정 서비스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늘릴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공무원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회평등학부모연대 김정욱 대표는 "악성 민원 문제에 대해서는 민원인을 대상으로 한 법적 제재 강화, 공무원 심리 상담 및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조직도의 이름 비공개와 같은 조치는 단기적이고 형식적인 대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무원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두 가지 가치는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방향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직무 수행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무원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조치가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공공행정의 방향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때다. 이를 통해 보다 신뢰받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무원도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