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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논평

있는 넘들 털어서 없는 분들에게 나눠주자고?

이 나라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더위 먹은 넋두리.
‘소득주도 성장’으로 ‘저녁이 있는 풍요로운 삶’이 눈앞이란다
‘탈원전 정책’의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는데...

 “대기업을 포함한 고소득층에게 종합부동산세 5조(兆)원을 더 걷어서 5년간 저소득층에 15(兆)원을 지원하고, 모자라는 돈은 나라 재정에서 부담한다...”

 

내년도 세금 걷는 법 개정안의 골자라고 한다. 쉬운 말로 풀면, “있는 넘들 털어서 없는 분들에게 나눠주겠다!” 뭐 이런 거 아닐까. 경제에 대한 항문이 높고 깊다는 전문가들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나 ‘포용적 성장’이란 게 다 같은 무늬라고들 한다. 또한 요즘 들어 인구(人口)에 자주 오르내리는 “저녁이 있는 삶”도 마찬가지라고...

 

일하는 시간을 법으로 강제하는 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눠 갖는다”는 ‘지상낙원’(地上樂園)으로 가는 길이 아니냐고 짖어대며 반기는 얼치기들도 있긴 하다. 그런데...

 

“지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1%[연간 기준]로 지난 4년 내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한...”

이 나라 상황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만은, “일한만큼 번다!”또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는 순리(順理)를 거슬러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게, 저 전문가들의 거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국민들이라고 해도 좋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는’ 문제보다 ‘먹는’ 문제인가 싶다. ‘살고 먹는’ 문제라고 하지 않고, ‘먹고 사는’ 문제라고들 하는데도 다 이유가 있지 않느냐면 너무 나간 건가?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시장경제체제, 즉 자본주의 나라에서 정치지도자는 경제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그것에 정치적 승부를 건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 정치적 승부를 걸었다는 직접적인 언사는 듣지 못했지만, 이미 ‘일 저리 상황판’에서 승부는 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는 건 아닌지.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양키나라의 경제 호황(好況)과 관련한 ‘도’통령의 공개적 자랑질이 한창이란다. “우리는 13년 만에 높은 성장률의 궤도에 올랐다... [2분기 성장률은] 매우, 매우 지속 가능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이 있다. ‘아직은 동맹국’인 양키나라의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데 “배가 아프다!”고 할 수야 없지만, 걱정은 많이 된단다. 항문이 높고 깊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금리(金利)가 높아지면 이 나라 돈이 빠져나갈 것이다” 등등의 회색빛 분석·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하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나라 밖’ 살림을 그려보는 국민들이 주변에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나라가 거덜나자 부자들부터 돈을 싸들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파탄 지경의 경제에다 살인적인 물가로 신음 중인 베네수엘라 부호들이 재산을 빼돌려 스페인으로 몰려들고 있다...”

 

남의 나라 소식으로 흘려들을 만큼 한가롭지는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캡처>

 

북악(北岳) 산장’을 비롯해서 그쪽 언저리와 똘마니들은 일제히 “모든 것은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떼창을 하고 다닌다는 소리가 들린다. 글쎄 ‘신자유주의’라... 구두나 운동화를 맘대로 바꿔가며 이 발 저 발에 꿰맞추자는 건가? 그럼 깐죽거리기 좋아한다는 양반네가 입에 달고 다니던 ‘신보수주의’는 무언가? 헌 구두나 운동화를 무조건 고쳐서 신자고 하는 건가? 갑자기 웬 쉰 타령인지 원... 때로는 개돼지 취급당하기도 하는 항문 낮고 얕은 국민들은 영 헷갈린다.

 

그리고 요즘 일간지 경제면의 단골 메뉴가 이어진다.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세가 18년 만에 가장 길게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들의 미래 경기 전망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일 이런 유의 우울한(?) 수치를 전한다. 그거 자세히 읽는 국민은 얼마 없던데...

 

우리네 ‘먹고 사는’ 문제는 언론이라는 데서 짖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분주하게 살아가다 보면 몸[특히 배]이 느끼고, 호주머니가 신호 보내고, 가끔 은행에서도 연락오고, 뭐 이런 거 아닌가.

더군다나 위의 일간지 경제면 뉴스, 그건 기업의 일이고... 이 나라 국민들의 삶에 절망적인 일만 있어서야 되겠는가.

 

“한국전력은 [영국의]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사업자인 ‘뉴젠(NuGen)’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서 우선협상자 지위를 상실했다고 일본 도시바로부터 지난달 25일 통보받았다...” 어려운 말이 많은데 그저 나라 밖에다가 원자력발전소 지어 팔아먹는 얘기인 듯하다.

 

<화면 캡처>

 

오로지 이 나라 국민들의 안전만을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 큼직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는 거 같다. ‘탈원전 정책’의 가시적인 성과! 이 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안전을 위한 희생적인 노력이 마침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드디어 ‘사람 중심 경제’를 향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할만하지 않은가. 그러게 구두나 운동화는 신던 걸 계속 신어야하나 보다. 이것저것으로 갈아치우고 이 발 저 발에 아무거나 끼우지 말고...

 

날이 무척 덥다. 이 나라 불볕 더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매미 소리도 들리고, 노란 잠자리도 날아다닌다. 가을의 문턱이 멀지 않았나 보다. 무엇인들 세월을 이길 수 있겠는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하 수상하여 훈훈한 바람이 드는 쪽방에서 뜬금없이 혼자 지껄여 봤다.

 

<李 斧  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