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따르면,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한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해, 환경부 측이 법적으로 폐기된 평가 기준을 활용하는 등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편향적 의사 결정을 했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낸 것으로 28일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측은 지난해 1월 내린 5개 보 해체·개방 결정이 법적 근거도 없고, 비과학적 기준을 적용했으며, 평가에 참여한 민간위원이 편향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로 감사원에 소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를 근거로 수질이 악화됐다고 한 것이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COD는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수중 환원성 물질, 금속이온, 아황산이온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중 오염물질 성질과 상태에 따라 측정값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을 가진다”면서 평가 지표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한 항목으로 확인되어 2016년부터는 COD가 법적 평가 지표에서 탈락했는데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물환경분과위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COD를 수질 영향 부문 조사에 활용했다.
2017년 5월 당시 4대강 16개 보는 국토교통부 소관이었으나, 문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이 아닌 대통령 훈령을 통해 환경부가 중심이 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 이 위원회에 ‘보 개방에 따른 효과·영향에 대한 조사·평가 및 보의 처리 계획 수립’이라는 권한을 줬다.
이후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위원회 내 의사 결정 기구인 기획위원회(15명)를 공무원 7명과 민간위원 8명으로 민간인이 더 많게 구성한 후, 특히, 위원 중 7명은 4대강 반대 활동가나 반대 저서·논문 집필자로 선정했다.
대통령 훈령에 민간 전문위원회를 만들도록 규정, ‘시민단체 참여’를 명문화하고 이 위원회 간사 4자리를 모두 4대강 반대론자들이 가입된 시민단체 출신이 독식하도록 했다. 공익 감사 청구 등 보 해체 결정에 대한 문제가 추후에 불거지더라도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민간인이 아니라 공무원’이기 때문에 당시 보 해체 결정에 참여한 전문위원회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은 “보가 수질·수생태를 악화시킨다”고 줄곧 주장했다. 보가 있으면 홍수·가뭄 예방 등 치수(治水)에 효과가 있다는 점은 입증돼 있기 때문에 수질이 악화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보를 해체하거나 개방해 무력화하는 작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법상 수질 평가를 위한 공식적 평가 항목은 COD가 아니라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클로로필a, TP(총인), TN(총질소), TOC(총유기탄소량), SS(부유물질량), DO(용존산소량)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획위는 ‘COD’만 골라서 사용했으며, 공식적인 수질 평가 항목에도 없는 ‘퇴적물 오염도’ ‘저층 빈산소 빈도’ ‘녹조 발생일’ 등 항목들을 의도적으로 평가 항목에 삽입넣었다.
이와 같은 비공식적이고 비과학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한국재정학회의 경제성 분석(B/C)에서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가 이득이란 결과를 산출했으며, 보를 해체하면 COD가 개선돼 공주보는 300.4점, 죽산보는 1033.8점 편익이 발생한다는 편향적인 결과를 산출하였다.
기획위가 COD의 오차 때문에 수질평가지표로서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해 COD는 2016년 1월부터 TOC로 대체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공주보·죽산보 해체 편익성 평가에서 둘 다 1 이하(공주보 0.81, 죽산보 0.88)로 보를 존치하는 게 경제적 이득인 것으로 결론이 결론이 산출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금강·영산강 5개 보 설치 전(2005~2009년), 설치 후(2013~2017년) 각각 5년씩 총 10년간 수질 비교를 해본 결과, 각 보별로 7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보면 5곳 중 4곳이 보 준설 후 수질이 개선됐다. 백제보는 전 항목, 공주보는 5개, 승촌보·죽산보는 4개 항목이 좋아졌고, 세종보만 개선(3개)이 악화(4개)보다 한 항목 적었다고 보도했다.
항목별로 보면 BOD·TP·TN은 보 전체, SS는 세종보를 제외한 모든 보에서 개선된 반면, COD·DO는 백제보를 뺀 모든 보, 클로로필a는 공주보·백제보를 제외한 3곳에서 악화됐다. 결국 수질도 개선된 부분이 더 많았는데 실제 평가분석 과정에선 악화된 지표만 의도적으로 골라서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물환경분과위 위원장을 맡은 이학영 전남대 교수와 간사를 맡은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시민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4대강 공사 전 측정된 TOC 자료가 없어서 COD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COD냐, TOC냐’보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수질평가 항목을 하나도 쓰지 않은 게 더 문제”라며 “나머지 (수질평가) 지표들 대부분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니 의도적으로 이를 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감사는 4대강 국민연합(대표 이재오 전 국회의원)이 작년 2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해 그해 12월부터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