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첫눈이 내리면
왠지 나도 모르게 메여오는 가슴으로
눈발의 자욱을 쫏는다.
창가에서 나부끼는 광경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는 심정,
스스로를 자책하게 하고 있는지도
내 마음을 비집고 내미는 하얀 눈꽃송이,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짧은 순간 긴 여운으로 남아
새삼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발자국의 기억은
멋진 낭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나는 다른 세상을 상상하며
편안해 지고싶다.
그리고 첫눈이 내리면 몹시도 보고파
길목에서 기다리며 언 채로 서있는 눈사람처럼
하얀 그리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