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겨울바다에 갔었어요. 소리없이 일렁이는 바다는 눈부시게 반짝거렸어요. 바다가 끝나는 곳 그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지만 그냥 차가운 바람을 맞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노년의 생을 바라보며 나는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세상을 대하고 이별을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지요. 난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살아온 세월 용서도 이해도 부족했던 시간, 언제나 자신에게만 너그러웠다. 바다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햇살과 비와 눈을 고스란히 받아주며 하늘과 바다를 잇고 말없이 일렁이고 있었어요. 나이를 먹고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세월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 뒤돌아보면 미련도 후회도 없었어요. 이제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핑개로 더러는 사치스런 투정이나 할레요.
박재형 작 내가 어디까지 가고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나는 알지 못하니 묻지 마세요. 빨리도 아니고 천천히도 아니고 쉬엄쉬엄도 아니고 하지만 늘 가고 있으니 주어진 시간 속에 가다가 보면은 어느 날 다달을 날이 있겠지요. 그렇다고 마음 졸이지도 말고 서둘지도 말고 쉬지도 말아요 주어진 삶 속에 주어진 생활 이어가다 보면 주어진 인연들을 나누기도 하고 비우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거기까지 가겠지요.
박재형 작 마음이 허전하고 사람이 몹시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 속에 내가 있어도 혼자처럼 누군가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리움에 발 아픈 줄도 모르고 거리를 헤맨 날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랑으로, 다가갈 수 없는 그리움에 말없이 가슴으로 울어본 날이 있습니다 달이 밝은데 네 얼굴이 자꾸만 겹쳐와 숨을 멈추고 너를 생각하는 날이 있습니다. 눈치없는 그리움, 시도 때도 모르고 외로운 마음은 마른가지 마냥 바스라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잠을 깨니 오늘이네요 어제도 오늘 내일도 오늘 맨날 맨날 오늘 오늘 세월은 가지 않고 오늘에 머물러 있네요 오늘이 하루 하루 펴쳐지니 영화 장면처럼 재미 있네요 인생살이는 오늘이 만든 하루살이 연극이네요 세월을 오늘 속에서 흐르네요 하루살이 오늘 김우현-명에교수
세월고개 세월고개 넘어오는 봄바람 꽃이되어 피어나더니 꽃샘바람 부니 꽃닢은 흙이 되어 세월고개 넘어간다 세월은 봄날을 싣고 바람 타고 구름 타고 세월고개 아리랑고개 넘어간다 세월은 발병도 안나네 작시 - 김우현 명예교수
박재형 작 봄이 오고 있네요. 살랑살랑 이쁜 몸짓으로 눈웃음 치며 가만히 내게 다가오고 있네요. 조용히 들어보면 아주 가까이 와 있어요. 좋아서 소리치면 달아날지도 몰라요. 겨울이 담벼락 밑 음지쪽에 토라져 있을 때, 봄바람은 여린 마음이 다칠까 염려하여 따뜻하게 내 마음을 토닥거려요. 간난아이처럼 꼼지락거리며 숨쉬는 소리, 봄은 저기 있어요 논두렁 후미진 곳, 산자락 바위틈에 숨어 있어요.
박재형 작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름달을 보며 그리운 마음으로 소원을 빕니다. 아직 추운 겨울을 거슬러 오느라 달빛이 창백하고 보름달은 고아처럼 떠있다. 그리고 밤하늘 둥근 달이 약간 일거러진 모습이다. 오늘밤 세상사람들 소원이 무거워 다 들어 줄 수가 없어 일거러졌나 대보름달을 넋놓고 바라보면서 그리움에 부푼 내 마음을 비쳐 봅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 속에 친구들 모두 안녕하신지? 지난 추억을 꺼내보며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안부를 전하는 마음을 달님에게 소원으로 보내렵니다.
그리움은 구름이라고 달아 달아 보름달아 님에게도 비추는 달아 그리움 담아 둥근 달에 지나는 구름에 편지를 띠운다 님에게 보내달라고 님도 보름달 보며 그리워하겠지 구름 따라가자고 그리움은 구름이라고 김우현(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