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재형 묵은 해는 언제나 추웠다. 새해는 꿈을 갖고 더 참으며,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고싶다. 아니 내가 새로워져 새해를 맞고 싶다. 새해 아침에 데운 술 한잔, 소고기 뭇국 한그릇에 한 살 더한 만큼 험한 세월을 착하고, 슬기로움에 빛나는 태양의 아침 햇살이 내 눈빛 속에 열렸다. 내일은 기쁨과 슬픔이 같이하지만, 그건 생활의 일상일 뿐, 미움, 시기, 욕심, 절망, 분노같은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우리는 생명을 하찮게 보고 슬픔을 잊는 마음살에 돋아난 욕심의 잔은 비워내야한다. 눈 같이 맑은 생각과 의지는 햇살받아 번쩍이고 가슴엔 사랑과 열정의 뜨거운 피가 샘솟는 꿈을 꾼다. 이 소박한 믿음을 하늘에 기도하는 목적이다. 이제 내가 맞는 새해 첫날이 주는 선물로 새봄의 기쁨을 위해 내 손으로 꽃씨를 가꾸어 뜨락에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로 꽃피우리라 새해에는 이렇게 살고싶다.
박재형 작 晩秋의 가을은 이름만 남긴 채 찬서리는 낙엽을 덮었다. 孟冬은 맹랑하게 추위를 몰고 기승을 부린다. 겨울! 내가왔다 하듯이 추위에 노출된 몸과 마음이 얼어붙고 거리가 한산하게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다. 나무는 나무대로 추위를 이기려 두툼한 겁피로 무장하고 입파리를 떨구어 앙상한 가지만 달랑 남아 힘겨운 겨울나기를 시작한다. 윙윙 칼바람 매섭게 몰아치는 밤이면 사람들은 따뜻한 구둘장으로 하나 둘씩 모여 가족의 오붓한 노닥거림에 밤깊어 가는 줄 모른다. 12월은 잊을 수 없는 결혼 기념일과 생일이 있어 感興이 묻어있는 일화가 참 많아 다정다감한 달이다. 겨울하면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 두가지는 모든 이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따뜻한 방안에서 묵정 같은 추억을 만지작 만지작 가슴속에 숨을 고르며 부풀어 나올 기회 만을 기다린다. 고즈넉한 촌 동네 따뜻함과 온정이 넘쳐났던 고향집 마당의 감나무, 고향 하늘은 가슴속에 파란색과 붉은 홍시의 그림으로 채색되어 떠오른다. 저녁 햇살이 내려올 쯤이면 집집이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용트림하듯 하늘로 솟구치고 어둑어둑한 밤이 되면 옹기종기 사랑방에 모여앉아 음담패설과 여자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던 시절, 이웃집 다디
박재형 작 지난 일년은 60인생을 보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곁에 있는 모두가 내가 살아오는 동안 기쁨과 용기와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갇도록 내게 이야기한다 어떨 때는 잘 알아들어 생각이 평온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동하지만 어떨 때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생각이 엇나가고 행동은 어리석다. 이제 세월이 지나, 지난 시간의 일들을 정리하고 둘러보면 지금 이 시간이 내게는 소중하다. 지금보다 젊은 과거로 돌아가고싶은 마음은 없다. 현재의 정신발달 이전의 단계로 돌아가 미숙함을 자처하며 한없이 보호받고 싶어하는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이 외치는“나, 돌아갈래”라는 외침으로 퇴행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을 사는 자원과 지혜로 변화하고 싶다. 모래바람에 뒤덮혀 잃어버린 나의 유적(꿈과 가능성)들을 발굴해 먼지와 때를 닦아내면 빛나는 나의 유적품들이 나타난다. 그럼 나의 모습은 모든 가능성을 품은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먼지묻은 세상의 지혜를 담은 고서(명언)를 털어 펼쳐보라! 원대한 바다로 나가 마음껏 헤엄치고 새로운 희망을 담아오라는 사명이 선명하게 쓰여 있음을 보게됨을 안다. 요즘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난다. 새벽마다 정안수
박재형 작 나이를 먹어 노년이 된다는 것은 그냥 늙어지고 허무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회색빛 머리카락에 아주 잘 어울리는 분홍색 가디건을 입고 뜰로 나서면 마당 가득 아름다운 은빛 물결로 넘치고, 그동안 잊혀졌고 소홀하고 무심했던 것을 조심스레 찾아 나설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오랜 벗 마주하여 따뜻한 차 한 잔하며 즐겁고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자. 남에게 불편한 마음 갖지도 말고 남에게 야속한 시선 보내지도 말고 순간 순간이 지금의 이 모습이겠나마는 이미 겉은 세월따라 바뀌고 변한다 해도 속 마음이야 이제나 저제나 한결 같아서 그냥 지금처럼 이 모습 사랑하며 지내다 보면 내 마음 언젠가 모두에게 닿을 것으로 믿으면 노년이래도 생각은 젊고 아름답다 하지 않겠나? 노년에 불어오는 바람이 언제나 서늘하지는 않지만 공연히 빈 가슴 서늘하게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것은 어찌 하겠나. 누군가 친절이라도 보내오면 금세 그 손잡고 뒤도 안돌아보고 따라나서고 싶은 허전함. 공연히 하루에도 몇 번씩 기쁨과 슬픔이 흔들리며 춤추는 나이의 불안함, 새로운 인연이 기쁨으로도 오고 슬픔으로도 오니 이미 온 인연 가볍게 흘리지 말고 새로운 인연 즐겨 만들지 말게. 그 동안 인연을
박재형 작 요즘 마음이 우울한가요? 그럼 마음이 아픈가요? 아무 일도 아닌데 그냥 스치는 바람같을텐데?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도 돌아다볼 겨를 없이 살기 바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최선인 줄 알면서 달려온 세월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자신의 자리에서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면서 잠시나마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중얼거리고 미소를 지을지도? 이제 멈추려고 애를 써 보면 쓸수록 더 빨리 달리는 듯 싶은 시간이 자리한다. 이미 60의 절반을 써 버린 지금 자주 허무하고 마음은 마냥 씁쓸하고 내가 누군지 들여다보니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차오른다. 술 한잔에 마음을 달래보지만 정신은 또렷해지고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친구만의 그런 세월이 있었지 않았나? 그런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어릴 적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를 본 순간 시간을 뛰어 넘어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고 아무 생각 없이 가깝게 끌어들이는 묘한 감정은 순수를 가장한 설레임으로 변해서 내 눈에 비친 그 친구가 그냥 세월을 뛰어 넘어 마냥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도 있었겠지 조금은 바보 같은 순수였을지 모르지만 그런데 어쩌겠어? 우연히 마주친 그런 사람이 아니고 어쩌면
박재형 작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에 변화가 많다. 같이 공유하고 싶은 친구와의 만남도 잠시 머뭇거리게 한다. 만나서 소주나 밥이라도 같이 먹을 공간이 두려워지니 만남의 약속도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보자는 막연한 전화인사로 대신한다. 그래서 요즘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불어 서로에게 관심과 배려의 마음으로 챙긴다. 같이 산 세월이 이보다 지금처럼 친구같은 시간을 가지게 된게 얼마인가 싶다. 같이 마트와 시장도 가고 NETFLEX도 새벽까지 보면서 아침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청계천이나 남산 안양천 식물원등 같이 걷는다. 지루했던 겨울은 가고 햇볕 따뜻한 봄날에 등짝 가득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기분이 꽤 행복하다. 3월 말이 되면서 꽃샘 추위도 지났다. 간간히 비도 내리고 가지에 꽃봉오리가 부풀어 올랐다. 올해는 서울에도 산수유와 매화꽃이 만발했고 사이사이 벚꽃이 환하게 피기 시작한다. 근데 주위를 둘러보면 봄날씨는 느껴지는데 옷차림은 퀼팅자켙에 오리털 조끼를 벗지 못하고 추위와 함께 하는 옷차림이 일상이다. 색깔은 좀 밝은색으로 변했지만 계절의 변화에 마음이 밝아지지 않고 움츠려 있는 모습이다. 따뜻한 봄은 왔지만 1년이 넘은 코로나 방역
박재형 작 간혹 나는 힘들고 슬프게 했던 부질없는 허영과 체면을 벗어 던지고 빈가슴을 만들어 여행을 떠나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고 싶다. 어릴 적 추억이라는 기차를 타고 마음 껏 철길을 달리고 싶다. 누구를 만나야 하는 약속도 무슨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날아갈 듯한 마음은 하늘도 나무도 꽃도 달라 보인다. 나만이 들을 수 있는 노래와 시를 부르며 붉은 장미가 아름다운 골목길을 걷고 싶고 아카시아 꽃 내음이 유난히 짙은 산길을 오르며 아름다운 이야기로 나와의 추억을 되뇌이고 싶다.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르며 살아있는 세상을 만나고 싶고,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개구쟁이 모습으로 변하고 싶다. 떠가는 구름에게 당신의 소식을 들으며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나를 가만히 비추어 본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며대는 어색한 내가 아니고 솔직한 나를 본다. 해질 녁, 저편 하늘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유 없이 서글퍼지고 가슴만 아픈게 아니라 하염 없이 눈물이 쏟아져 마음을 적셔 내리면 공연한 외로움이 얼마나 쓸쓸한지 아시나요? 모두가 내 곁을 떠나버리고 기억만이 내 곁을 감싸는 날, 정말 하고 싶던 이야기 전하지도 못한 체 그냥 가슴에 담아버린 그런날...
박재형 작 어젯밤에 우리집 2층 베란다로 귀뚜라미가 들어왔다. 쓰르르 쓰르르 소리에 잠이 깨어 거실로 나가보니 窓(창)이 열려있고 서늘한 寒氣(한기)가 몸을 감싼다. 순간 가을이 문득 찾아온 것 같고, 시간이 갑자기 흘러간 것 처럼 세월의 無常(무상)함과 허전함이 한꺼번에 찾아와 쓸쓸함이 밀려든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엔, 지난 가을 몹시도 계절의 가슴앓이를 하여, 정작 가을의 秋色(추색)인 파란 하늘과 황금색 들녘, 산들바람의 아름다운 풍경을 잊어버린 체 가슴에는 孤獨(고독)만 채우고, 세월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을의 고독은 여름이 뜨겁고 길수록, 매미 울음소리가 거세고 오랠 수록, 가을은 문득 다가온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精熱의 기운은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온몸을 얼게한다. 가을 태양의 시린 햇살은 마음을 어디에 둬야할지, 초점이 흐리면서 고독으로 다가와 세상으로 부터 떨어진 外部人(외부인)으로 轉落(전락)하게 한다 . 한여름날 저녁 붉은 노을 빛에 서풍을 타고 불어오는 갈바람과 함께 따뜻하고 쓸쓸한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춘다, 산들바람이 가끔은 내 눈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순간이 오면, 가을은 나의 가슴을 열어 파란하늘로 물들이게 하고,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