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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칼럼> 조희연의 뼈 아픈 실패 ... "고교체제 일원화를 주장한 평등교육 정책"

[기회평등학부모연대 대표 김정욱] 조희연 전 교육감이 2014년 7월 취임하자 가장 역점을 두었던 교육정책 중 하나는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와 함께 그의 평등교육 철학에 기반한 「일반고 살리기 캠페인」이었다. 문용린 교육감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결정한 자사고 재지정 결과를 조 교육감이 뒤집으면서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조 교육감은 무리하게 탈락시킨 자사고와 행정소송을 이어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계고등학교에 대한 예산 및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선의로 해석하자면, 그는 사회학자로서 자신의 교육철학인 평등교육을 교육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런 조희연 교육감 체제 하에서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적지 않은 기간 서울교육을 책임 맡은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시에 소재한 209개 일반계 고등학교의 평등교육에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처절한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평가는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아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공개석상에서 일반계 고등학교의 심각한 서열화를 자기 입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이 조 교육감의 발언의 심각성과 그 의미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을 뿐이다.

 

2023년 8월 3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시정질문 자리였다. 교육위원회 소속 이종태 시의원의 추궁에 답변하면서 조 교육감은 "일반계 고등학교의 서열화가 참 심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이날 답변은 10여년 서울교육을 맡았던 수장으로서 실패를 자인하는 뼈아픈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실상은 교육개혁의 한계를 절감하는 발언이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날 조 교육감은 왜 순순히 평등교육의 실패를 수긍할 수밖에 없었을까? 서울시 의회 이종태 의원실과 필자가 대표로 있는 기회평등학부모연대가 공동하여 서울시 일반고 배정을 위한 1단계 고교지원율 5년 치 자료(2019~2023년)를 통계분석한 결과에 근거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의 경우 고교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 1단계에서 정원의 20%를 서울시 전지역 희망학교 두 개를 받아 추첨으로 배정한다. 2단계에서는 정원의 40%를 자기가 속한 학군 내에서 희망학교 두개를 받아 추첨으로 배정한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도 정원의 40%를 강제 배정한다.

 

이종태 의원실과 기회평등학부모연대는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로부터 학교명을 인식할 수 없는 상태로 209개 학교 전체의 1단계 광역지원율 자료를 확보하였고, 이를 분석한 결과, 의미있는 내용들을 도출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상식적인 우려와는 달리 강남 쏠림현상은 없었고 각 학군별로 학교간 지원경쟁율 격차가 최소 20배에서 50배까지 벌어져 있었다. 

 

사실은 각 고등학교별 1단계 광역지원율이 통계분석되어 어떤 형태로든 공개된 것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고교선택제를 실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학부모나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나 언론은 한 [시의원의 보도자료]에 주목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교육담당 기자의 눈매를 벗어날 수는 없었나보다.   2023년 5월 18일자 중앙일보에 『4년새 26배 →62배...일반고 지원율 격차 키운 세 가지』 라는 제목으로 A4용지 7장 분량의 기획기사가 단독으로 실렸다.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하고 고교를 일원화하여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내내 주장해 왔지만, 속빈 강정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평등교육을 실현코자 했던 일반계 고등학교 간에도 그 격차를 줄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난 10년간 격차가 더 벌어졌으니 말이다.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각 학군마다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고등학교가 있고, 꼭 가고 싶은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 격차가 지원율로 50배나 된다면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비록 서울시교육청은 그 자료를 비공개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어느 학교가 교육품질이 뛰어난 곳인지 정확한 평가점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진보교육감의 혁신학교 정책은 줄세우지 않는 교육, 지필고사에 의한 점수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을 추구한다고 표방한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은 평등교육이라는 구호 아래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교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진보교육감이 내세우는 구호와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진 현실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할 뿐이다.

 

교육은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이어서는 곤란하다.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려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나타나는 실력 차이를 교육감이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학교구성원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교육품질을 높이려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무사안일한 학교 사이에 학교간 격차가 나타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울시 일반계 고등학교의 서열화는 운동장이 기운 것이 아니라 같은 운동장에서 달리기 시합을 주관하는 임원들과 심판들의 노력이 기운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조희연 전 교육감을 계승하겠다는 정근식 후보는 '혁신교육 계승'이라는 구호만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무엇이 서울교육에서 지난 10년간 일어났는지 모르는 무지의 소산처럼 보인다.

정근식 후보는 왜 조희연 교육감이 '혁신교육과 IB교육의 지향점이 같다'는 엉터리 같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나아가 왜 조 교육감이 평등교육의 실험장이었던 일반고 서열화의 심각성을 10년이 다 된 시점에 와서 자인할 수밖에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정근식 후보의 선거운동을 며칠 지켜보니 진영싸움 외에는 교육의 가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가 당선되었을 때 서울교육을 근심케 하는 대목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코앞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진보를 대표하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대결이다. 정근식 교수는 이념만 내세우지 말고 서울교육 본질에 대한 가열찬 연구, 공부에 힘을 기울이면 좋겠다. 교육감 후보 등록 후에서야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은 아닐까? 조전혁 선거캠프 교육정책 참모들의 선전도 기원한다.